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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문화따라잡기] 정치풍자유머

 

 

비장의 승부수를 준비한 李후보가 아내에게 말했다. “여보, 내가 대통령이 될 수 있다면 뭐든 해줄 거지?” 부인이 고개를 끄덕이자 李후보는 부인의 손을 덥석 잡았다. “좋아, 아들 하나만 더 낳아 줘. 그놈은 꼭 군대에 보내야겠어.”

 

갈수록 지지도가 떨어지는 盧후보가 TV 3자토론을 제의했다. 李후보가 낄낄거리며 뭐가 자신 있느냐고 묻자 盧후보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야자 타임”

 

월드컵前 히딩크와 연인 엘리자베스의 문제가 불거지자 鄭후보는 히딩크 감독을 불러 “국민들의 시선도 의식을 해야지요”라며 호되게 질책했다. 월드컵後 4강 진출 파티가 열렸다. 鄭후보는 엘리자베스를 보자마자 반가운 얼굴로 소리쳤다. “형수님, 안녕하세요?”

 

각 당의 大選 후보경선, 후보간의 이념공방, 정책대결, 신당창당, 민주당 내분, 이합집산, 당적변경 등등 복잡다변한 정치가 계속되고 있는 대선 전야. 원색적인 욕설과 저속한 비어가 난무하던 홈페이지 게시판에 변화가 일고 있다.

 

현실정치에 네티즌들의 관심이 쏠리며 극한 대립만 일삼던 사이버 정치비평을 촌철살인의 기지가 번뜩이는 제목과 글로 변화시킨 정치 유머가 확산되고 있는 것.

 

주요 발원지는 李후보 소속당인 한나라당 인터넷 홈페이지다. 다른 후보나 소속 당의 홈페이지에도 관련 유머가 올라오고 있지만 수적으로 상대가 되지 않는다. 다수당의 프리미엄이 인터넷에도 적용된 셈이다.

 

□ 주요 소재와 경향

 

정치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에피소드가 유머의 주요 소재. 또 후보들의 외모·말투 등 특징을 비꼬거나 개인적으로 아픈 부분을 꼬집어 쓴웃음을 짓게 한다.

 

여지없이 비틀고, 꼬집고, 후벼파는 통에 풍자와 해학이 스며 있지 않다면 생채기가 남을 터. 읽은 뒤 배시시 새어나오는 웃음은 상처를 치유하는 묘약이다.

 

李후보는 실제 사건을 둘러싼 유머가 많다. 아들의 병역, 며느리 원정 출산, 빌라 파동, 기자들의 출신 대학교 폄하문제 등 워낙 사례가 많은 탓이다. 게다가 “하늘이 두쪽나도…” 발언으로 ‘두쪽이’라는 별명을 얻은 李후보의 부인 한인옥 여사도 큰 몫을 하고 있다. ‘두쪽이’는 문제의 발언 내용과 李후보의 ‘대쪽’ 별명을 교묘히 합성한 ‘작품’이다.

 

특유의 화법으로 화제에 오른 鄭후보도 네티즌이 관심을 갖는 대상. 이름하여 동문서답식 허무개그다. 축구와 아버지 故정주영 회장과 관련된 문제가 대부분. 약점일 수밖에 없는 노동자 문제도 빠지지 않는다. 특징은 그의 입담처럼 싱거운 유머가 많다.

 

盧후보는 말실수를 소재로 한 유머가 많다. 거침없는 언행과 투박한 말투로 자주 입길에 오른 탓이다. 특히 재경선을 약속했다가 후보교체론으로 곤욕에 빠진 경험, 당내 분란, 유난히 많은 주름살도 잦은 이야기 꺼리다.

 

大選 유머는 일반 유머와 달리 만든 사람의 주장이 강하게 담겨 있다. 자신의 정치적 소견을 재미있게 표현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으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또한 이곳저곳으로 옮겨지면서 의견이 곁들어지기도 하고 재구성되기도 한다.

 

‘송종국 피구 따라붙듯’(어떤 일을 철두철미하게 처리할 때 일컫는 말)처럼 한·일월드컵 이후 사람 이름을 사용한 유머가 인터넷의 주류를 이뤘던 경향을 살린 유머도 있다. ‘종필거리다’(이리 붙었다 저리 붙었다 하다) ‘회창맞다’(융통성이 없다) 등이 그 예다.

 

병역비리와 관련해 각종 확인할 수 없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는 김대업씨를 빗댄 ‘대업스럽다’(억지주장을 자주 편다)와 ‘대업을 이뤘다’(이전의 거짓말을 합리화하기 위해 더 큰 거짓말로 결국 파국을 맞다)도 인기.

 

광고 카피나 TV 인기 개그 프로그램 등을 패러디한 유머의 인기도 여전히 강세. ‘떠나라∼ 열심히 옮겨 다닌 당신. 이제는 아무도 없는 그곳으로 떠나라.’ ‘당신을 21세기 변절의 기수로 임명합니다∼.’ 등 철새의원들을 비꼰 패러디다.

 

□ 멀티미디어로 확장

 

네티즌들의 모니터엔 정치인 얼굴의 애벌레가 기어다니고 스피커에선 정치인을 패러디한 민중가요가 요란하다. 또 MP3 파일을 통해 음악 대신 金대통령의 목소리를 주고받는다.

 

올해 초 정치관련 사이트나 게시판에서 담론과 논쟁 형식으로 맴돌던 정치 풍자에 멀티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적 요소가 결합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민중가요 제작자 윤민석씨(37)는 국내 모 정치인을 패러디해 발표한 ‘누구라고 말하지 않겠어’(속칭 회창가)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려 한달여만에 7만 여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하는 선풍을 일으켰고 이는 법정 싸움에 휘말리면서 더 가속화됐다.

 

인터넷 방송국 ‘배칠수의 음악텐트’에서 차세대전투기사업 문제를 풍자한 ‘엽기DJ’는 곧 P2P 파일공유프로그램을 통해 퍼져 나갔으며, 金대통령의 성대를 모사한 배씨는 사이버 인기스타로 떠올랐고 현재 오프라인에서도 맹활약중이다.

 

유머게시판을 중심으로 퍼졌던 ‘해충’도 마찬가지. 제작자가 밝혀지지 않은 이 프로그램은 벌레 한 마리가 모니터를 왔다갔다하는 모니터 장식용 장난감 프로그램이다. 벌레에 모 정치인의 얼굴을 붙여 연상시키도록 한 기발한 아이디어로 네티즌들의 인기를 끌었다.

 

정치문제가 네티즌의 일상생활 속으로 파고들고 있는 것은 비단 엔터테인먼트 분야만이 아니다. 컴퓨터 등 정치와 전혀 관련 없는 사이트에서도 정치문제가 뜨거운 이슈로 등장했다.

 

게시판이 있는 공간이면 네티즌들이 몰리고 정치와 관련된 시사관련 게시물들로 도배되고 있다.

 

네티즌 김형구(30·전주시 태평동)씨는 “정치의 사각지대로 불리며 냉소와 무관심으로 일관하던 네티즌들이 정치를 게임이나 채팅처럼 오락거리로 즐기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머는 시대를 반영한다. 그리고 현실이 답답할수록 더욱 활개를 친다. 정치풍자는 더더욱 그렇다. 大選이 멀지 않은 요즘 정치가 네티즌들의 새로운 유머 코드로 떠오르고 있다.

 

혼탁한 정치와 사회를 능청스럽게 비웃는 네티즌들이 늘고 있는 현실 역시 정치가 만들어낸 유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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