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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교수의 한문속 지혜찾기] 가을 비, 오동 잎

 

 

秋雨梧桐葉落時
추우오동엽락시

 

가을비에 오동잎이 떨어질 때

 

당나라 때의 시인인 백거이(白居易)의 〈장한가(長恨歌)〉에 나오는 구절이다. 장한가는 당 현종과 양귀비의 사랑을 노래한 장편의 서사시로서 구구절절 평이하면서도 아름다운 시어(詩語)와 애절하면서도 긴장감 넘치는 극적 전개로 인하여 널리 인구에 회자되는 명편이다.

 

이 장한가에는 죽은 양귀비를 그리워하는 당현종을 "봄바람에 복숭아 꽃 오얏꽃 피는 날에도, 가을비에 오동잎이 지는 때에도(春風桃李花開日, 秋雨梧桐葉落時) 눈물로 세월을 보낸다"고 묘사한 대목이 있다.

 

그런데, 우리의 유명한 단가인 '쑥대머리'에서는 장한가의 이 대목을 인용하여 이몽룡을 그리는 춘향의 마음을 "추우오동엽락시(秋雨梧桐葉落時)에 잎만 떨어져도 임의 생각...."이라는 말로 묘사하고 있다. 추연히 내리는 가을비를 맞으며 떨어지는 오동잎은 유난히 사람을 슬프게 한다.

 

오동잎은 매우 넓고 두텁다. 잎이 넓고 두터운 만큼 녹음도 짙푸르다. 그러나 일단 가을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오동잎은 맥을 못 춘다.

 

그 큰 나뭇잎이 창백한 회갈색으로 변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툭'하고 떨어질 때 사람들은 그 '툭'하고 잎 지는 소리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그리고 내려앉은 가슴을 안고 마음속으로 외친다. '아! 가을이 저무는구나....' 낙엽 지는 소리로 인하여 더 슬픈 가을, 쑥대머리 가락을 곁들인 딱 한잔이 다소 위안이 될 수 있을까?

 

梧:오동 오  桐:오동 동  葉:잎사귀 엽  落:떨어질 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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