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장단 중에서 제일 길고 박의 수도 많은 것이 진양조이다. 진양조라는 명칭은 '진+양+조'로 이루어져 있다. 다 알다시피 '진'은 '긴'이고, '긴'은 길다에서 나온 말이다.
'양'은 경기도 민요 '놀량'에서 보듯이 노래라는 뜻이다. '조'는 곡조를 뜻한다. 결국 '진양조'는 긴 노래 곡조라는 의미이다. 진양조는 그 이름에서부터 긴 특성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진양조는 6박 짜리 박자가 네 개 모여 스물네 박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어떤 이들은 그냥 여섯 박이라고도 한다. 진양조가 24박인지, 6박인지는 보통 사람에게는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지만, 북을 치는 사람에게는 매우 중요하다.
북을 치는 사람들은 한 장단을 네 부분으로 나누어서(이를 '각'이라고 한다) 밀고→달고→맺고→푸는 순서에 맞추어 북을 친다.
다른 장단에서는 대개 한 장단 내에서 밀고→달고→맺고→푸는 것이 다 이루어지게 한다거나, 한 장단을 한 단위(각)로 삼아 몇 개의 장단에 걸쳐서 밀고→달고→맺고→푸는 것을 적절히 배분하는 방식으로 북을 친다.
그런데 진양조를 24박으로 볼 경우에는, 한 장단 안에 네 개의 각이 모두 들어 있고, 그에 따라 북을 치는 방식도 다 다르게 만들어져 있어서 24박을 규칙적으로 반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만약 진양조 장단을 6박으로 본다면 밀고→달고→맺고→푸는 것을 적절히 소리에 맞게 배열하면 된다.
다시 말하면 진양조를 24박으로 보면 북을 칠 때 미리 정해진 방식에 따라 규칙적으로 반복하면 되고, 진양조를 6박으로 보면 소리에 따라 밀고→달고→맺고→푸는 장단을 적절하게 배열하면서 치는 것이다.
진양조를 24박으로 보면 24박마다 맺게 되는 데 반해서, 6박으로 보면 12박, 18박, 24박, 혹은 32박 등에서 맺을 수가 있다. 명고수 김명환 씨는 6박을 주장했고, 북도 그에 따라 쳤으나, 다른 사람들은 대개 24박을 따르고 있다.
그러면 어느 것이 더 적절할까? 한 장단으로 묶을 수 있는 범위를 음악에서는 '심리적 현재'로 본다. 심리적 현재란 우리의 마음 속에서 현재라고 느낄 수 있는 시간의 폭을 가리킨다.
서양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심리적 현재는 5초 내지 12초라고 한다. 그렇다면 진양조 한 장단이 한 장단이 되려면 한 장단의 길이가 12초를 벗어나면 안 된다.
만약 진양조를 24박으로 보게 되면, 한 장단이 12초를 벗어날 수도 있다. 따라서 이론적으로 본다면 진양조는 6박으로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진양조가 24박이 아니라는 말은 아니다. 현재라는 감각으로 느낄 수 있는 시간도 민족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최동현(시인, 군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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