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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현교수의 판소리 길라잡이] 장단(4)'머리''모리''몰이'

 

 

판소리 장단의 명칭에는 끝에 '모리'라는 말이 붙는 것이 많다.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 등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모리'로만 쓰는 것이 아니라, '머리'라고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몰이'라고도 한다.

 

이에 대해서는 몇 가지 의견이 제시된 바 있다. '머리'와 '모리'에 대해서는 박헌봉이 다음과 같이 설명한 바 있다.

 

왕년에 필자가 사사하던 영남의 명고수 신고주는 근세 가왕의 칭호를 받던 박기홍의 고수로서 5년간을 수반하였다.

 

그의 실담에 의하면 박기홍이 말하기를 어떤 장단이든지 독립된 장단은 '머리'라 하고, 이 '머리' 장단을 빨리 몰면 '모리'라 한다고 하였다.

 

…… 중략 ……

 

예를 들면 '중머리', '엇머리', '중중머리' 같은 장단 명칭은 독립되어 있다 할 수 있고, '단모리' 같은 장단은 '중중머리'에서 짧게 몰아서 하므로 '단모리'라 하고, '단모리'에서 조금 빠르게 몰면 '자진모리', '자진모리'에서 더욱 빠르게 몰면 '휘모리'가 된다. 이와 같이 소리를 차츰차츰 몰아서 한다 하여 '모리'라 한 것이다."

 

'몰이'를 고집하는 사람들은 장단은 '몰아가는 정도'를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몰이'로 써야 한다고 한다. 중몰이는 중간 정도의 속도로 몰아가는 것이고, 자진몰이는 자주자주 몰아가는 정도의 속도라는 것이다.

 

'머리'와 '모리'를 주장하는 사람이건, '몰이'만을 주장하는 사람이건 간에 장단이 빠르기와 관련이 있어서 빠르기에 따라 이름을 붙였다고 하는 데는 동일하다.

 

 그러면 장단은 이렇듯 순전히 빠르기와만 관련이 있는 것인가. 자진모리는 중중머리보다 빠른 것인가 하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중중머리보다 느린 자진모리도 얼마든지 있다. 장단은 빠르기만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박자와도 관련이 있고, 강약이 배열되는 양식과도 관련이 있다.

 

또 분박이라고 해서 한 박이 몇 개의 소리로 더 나누어질 수 있느냐 하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그러기 때문에 장단은 빠르기만을 가리키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진양조'는 어떤가. '진양조'는 '머리' 장단도 아니고, '모리' 장단도 아니다.

 

결국 모든 장단을 '머리' 장단과 '모리' 장단으로 나누는 일은 별로 합리적인 것은 아니다.

 

설령 어원이 그렇다고 할지라도, 이미 용어로 확정되어 독립적으로 쓰이는 말은, 어원을 밝혀 적지 아니하고 소리나는 대로 적는 것이 어법에 맞다.

 

용어는 통일되어야 혼란이 없다. 그래서 학교에서 사용하는 교과서에서는 '모리' 또는 '머리'로 쓰기로 하였다. 그래서 논란은 있는 대로 우선은 '머리'나 '모리'로 일관성 있게 통일하여 쓰는 게 옳을 것이다.

 

/최동현(시인, 군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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