沅湘日夜東流去하여 不爲愁人住少時라
원상일야동류거 불위수인주소시
수심 많은 이 사람을 위해 잠시 멈춰 줄 법도 하지만, 원수(沅水)와 상수(湘水)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동으로 흘러 잠시도 멈추지를 않는구나.
당나라 때의 시인인 대숙륜(戴叔倫)이 쓴 〈상남즉사(湘南卽事:상남에서 쓴 즉흥시)라는 시의 3, 4구이다. 흔히 '세월은 유수와 같다'는 말을 쓰곤 하는데 정말 세월은 흐르는 물처럼 쉼이 없이 간다. 아무리 사람이 내 사정을 좀 생각하여 잠시만 멈춰 달라고 애원해도 멈추는 법이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무정한 게 세월이라는 한탄을 한다. 병상에 누워 있는 어느 환자, 내일 모레가 외동딸의 결혼식이니 그 날까지만 살게 해 달라고 애원을 해도 소용이 없다.
결혼식 전날 밤에 죽을 수도 있고 결혼식 당일의 새벽에 죽을 수도 있다. 하루만 더 살게 해 달라고 오죽 간절하게 기도를 했으랴만은 다 소용 없는 일, 사람은 시간의 흐름을 결코 막을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행복한 줄 알아야 한다.
어제 죽은 사람이 그렇게도 간절하게 바라던 '내일'이라는 이름의 시간을 우리는 '오늘'이라는 이름으로 진탕 누리며 살고 있지 않은가? 살아있다는 것! 그 자체가 복이다. 다시 무엇을 바라랴! 그러나, 멍청한 게 사람이어서 제게 있는 복은 복으로 여기지 않는다.
그래서 자꾸 다른 곳을 헤매고 다닌다. 남이 가진 맑은 샘을 탐하기 전에 내 발 밑을 팔 생각을 해야 한다. 내 발 밑에서도 우물은 얼마든지 솟을 수 있으니 말이다. 가을 앞에서 가는 세월을 탓하기 전에 내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지를 생각하도록 하자.
沅:물 이름 원 湘:물 이름 상 愁:근심 수 住:머무를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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