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문화연구소가 지난 8월에 시작, 2004년 7월 완결하는 프로젝트 '판소리 사설의 대중화 및 실용화시스템 개발에 관한 연구'는 소멸의 위기에 놓여있는 판소리 사설을 고정시키고, 실생활속에 판소리를 뿌리 내리게 하는 본격적인 시스템을 개발하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근래들어 판소리 무대가 많이 늘었지만 그 의미를 제대로 알고 부르는 사람도, 듣은 사람도 많지 않았던데다 서로 다른 형태로 전승되고 있는 다섯바탕의 이본(異本) 모두 고사성어나 한문체, 관용어들로 되어 있어 현대인들에게는 여전히 낯설고 어려운 분야였기 때문이다.
연구 목적은 판소리의 대중화와 세계화다. 현재 불려지고 있는 판소리를 수집해 정리하고 이를 현대국어로 풀이하여 연구자와 공연자들, 그리고 일반인들이 쉽고 친밀하게 판소리를 접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단순히 연구단계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실용화 단계로 이어내는 이 작업의 성과는 기대할 만 하다.
특히 영문 번역과 컴퓨터로 DB화하는 과정은 주목을 모은다. 판소리의 예술성을 잘 살리면서 공연 현장에서 바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영문번역과 컴퓨터 실용화작업은 판소리의 세계화를 위해 가장 우선되었어야 할 작업이다.
그동안 판소리는 중국의 경극이나 일본의 가부키처럼 세계화의 가능성이 매우 큰 예술로 꼽히면서도 정작 외국인들이 가사를 이해하지 못한 채 판소리를 들어야 했다.
소설본이 있긴 하지만 판소리 사설과는 다르기 때문에 판소리의 예술성을 오롯이 전달하는데에 적잖은 제약이 있었기 때문이다.
연구 책임자인 최동현교수(군산대 국문과)는 이 연구작업은 4개의 과정을 2차로 나누어 진행한다고 소개했다.
각 바디별로 대표적인 이본을 선정해 교정과 주석을 다는 작업(1과제)→대중화와 현대화 사설 작업(2과제)사설→영문번역(3과제)→사설 DB화, 대조ㆍ검색, 자막기송출시스템 개발(4과제) 작업이다.
사설 작업은 일반인들이 판소리 내용을 주석 없이도 이해할 수 있고, 특히 리듬을 그대로 살려 쉬운말로 풀이하는 단계를 더해 판소리를 부르기 쉽게 하는 것이어서 기존의 사설 정리와는 차원이 다르다.
컴퓨터와 연계한 시스템 개발은 다양한 전자매체를 개발하는 것이어서 현실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성과로 이어진다.
군산대 오석형교수가 책임을 맡은 이 작업은 컴퓨터 화면에서 필요한 종류대로 선택해 보면서 자세한 각주까지도 자유롭게 확인할 수 있도록 실용성을 대폭 확장시킨다.
따라서 공연이나 방송물로 내보내는 경우에도 특별한 추가 작업이 없이도 곧바로 제작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 작업의 대상은 판소리 다섯바탕의 서로 다른 바디 중에서 전승력이 강한 소리 18종이다. 수많은 바디가 전승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명확하게 남아있고, 제대로 전승되고 있는 소리를 가렸다.
전북을 중심으로 가장 왕성하게 전승되고 있는 동초 김연수제 소리는 다섯바탕 모두에 선정됐고, 춘향가는 김세종 정정렬 김소희바디가, 심청가는 정응민 박동실바디, 흥보가는 김정문 김창환 박초월 바디, 수궁가는 유성준바디의 정광수 조통달 창본이, 적벽가는 박봉술 조학진 정응민바디가 대상이 됐다.
성과물은 출판 작업으로도 이어진다. '판소리 창본 주해 및 해설' 전집으로 발간될 책의 분량은 20여권. 이를 바탕으로 '판소리 사설 사전'이나 '판소리 용례사전'으로 발전시키는 작업도 구상하고 있다.
참여하는 연구원 중 책임을 맡거나 전임연구원으로 일하는 연구자들은 현직 교수들과 박사 과정을 마친 시간강사들이다.
국문학 국어학 영문학 컴퓨터공학 등 각 분야에서도 판소리에 특별한 관심과 이해가 높은 연구자들이 참여했다.
이번 작업으로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앞두고 있는 판소리는 비로소 실용화에 들어설 수 있게됐다. 이 작업이 판소리의 고장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어서 그 의미가 더욱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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