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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생명] 전북의 해안사구(中)

 

썰물에 드러난 해변의 바닥은 시간이 경과하면서 햇볕에 마른다. 모래가 오랜기간 해풍에 날려 육지쪽에 퇴적하면서 생겨난 것을 모래언덕 또는 해안사구라 부른다.

생태적으로는 강한 산성에 일교차가 크고 영양분이 거의 없는 등 상당히 거칠고 메마른 장소여서 어떤 생명체라도 이 곳에 터를 마련하고 대를 이어 살아가기란 수월치 않아 보인다.

그래도 기는 줄기를 가지고 있는 화본과 풀이나 깊은 뿌리의 콩과 연리초 등이 먼저 자리잡기를 시작하고 시간이 흐르면 식생이 불어나게 마련이다.

다양하지는 않지만 이들을 토대로 개척자인 초식성 곤충이 따라오게 되어 있어서 사구에는 메뚜기와 진딧물·나방의 유충 등이 눈에 뜨인다.

얼핏 생각하기에 이 정도가 가까스로 생명을 부지하고 있으리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아무리 격리된 해안 모래언덕이라해도 육지의 생태계와는 크게 다르다.

물가에 사는 각종 해초류·패류와 갑각류 외에 바다에서 밀려오는 다양한 생명체와 유기물에 기대어 사는 종류로 인해 조류·포유류를 포함하여 굉장히 시끌벅적한 장소가 되기도 한다.

곤충으로는 의외로 많은 부식성 파리와 식식성 또는 포식성의 개미도 많다.

그런데 조금의 관찰력을 지닌 사람이라면 이 곳에 사는 생물은 비록 부류는 유사하더라도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한 종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릴 것이다.

곤충의 예를 들어보면 원래는 초식성 곤충이 다양한 만큼 포식성이나 기생성 곤충이 살아가게 마련이지만 이 곳은 개척자 곤충과는 별개로 의외의 포식성 곤충들이 적응하여 살아가고 있다.

생성된 시기는 비록 오래지 않으나 현재로는 사람의 손길이 닿지않아 비교적 보존이 양호한 고창군 심원면 만돌리 사구에 어느 지역에서도 보기 힘든 수백·수천의 개체들이 장관을 연출하며 살아가고 있는 개미지옥과 뜰길앞잡이가 좋은 예이다.

개미지옥은 어린시기를 깔대기모양의 모래함정을 파고 그 끝에 묻혀 있으면서 지나던 먹이감(주로 개미, 그러나 진딧물·거미·쥐며느리도 포함)이 함정 안으로 미끄러 떨어지면 잽싸게 낚아채는 신출귀몰의 재주를 지닌 종이다.

그러나 어린 개체는 때가되면 성충인 우아한 명주잠자리로 변신한다.

뜰길앞잡이도 어린시기에 진딧물이나 개미를 먹고 산다. 구멍을 파고 몸은 수직으로 모래속에 두면서 머리로 구멍을 막고 있다가 근처를 지나는 먹이에서 오는 진동을 느끼면 귀신같이 튀어나와 물어 들인다.

성충은 왕방울의 두 겹눈에 등껍질의 색과 문양이 아름다워 장식용으로 가공이 되기도 하는 수려한 생김새의 딱정벌레로 산다.

그리고 이들은 표범장지뱀·두더지 등의 먹이감이 되면서 생태계 영양단계의 상부로 이어진다.

만돌리 외에도 전라북도에는 부안군과 고창군 등지에서 사구가 확인되고 있다.

올 한해 전라북도 사구곤충의 서식현황을 조사한 결과 구시포 등 5개 지역에서 13목 46과 96속 1백4종을 확인하였으며 이들 중에는 홍가슴메뚜기·땅해변먼지벌레 등 고유의 종들이 많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부분 위락시설과 해안도로, 또는 양식장이나 건축물이 들어서면서 상당 부분이 이미 파괴되었거나 서식처의 원형이 급격히 훼손되고 있는 실정이다.

해안 고유생물의 서식처로서, 육상과 해양을 잇는 교두보 생태계로서, 한걸음 나아가서는 인간이 자연의 아름다움에 하나가 되는 경관으로서의 사구의 역할을 상기하면 조속히 자세한 현황조사 및 보존 방안이 수립되어야함은 당연한 수순이다.

/김태흥 교수 (전북대 생물자원과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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