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하는 문학, 전주에서 다시 불지피다
민족문학인 2백50여명 ‘전주선언’채택
74년 유신 독재에 맞선 민족문학인들의 시국선언. 그리고 28년이 지난 2002년 11월 10일. 침묵에서 깨어나 실천하는 민족문학의 불길은 전주에서 다시 지펴졌다.
지난 9일과 10일 전주 전통문화센터에서 열린 제11회 전국 민족문학인 전주대회에서 민족문학인들은 현시대가 문학인들에게 요구하는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자성했으며 이제 펜의 힘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실천의지를 다졌다.
민족문학작가회의(이사장 현기영)와 전북작가회의(회장 최동현) 등 전국 12개 지회 소속 민족문학인 2백50여명은 10일 오전 작가회의의 정체성이 건강한 이념성 회복과 현실 참여에 있음을 스스로 확인하는 ‘전주선언’을 채택해 발표했다.
9일 밤을 꼬박 새우며 열띤 난상토론 끝에 채택된 이 선언은 이 시대가 문학인들에게 요구하는 책무에 대한 화답이다.
‘결의’를 내세워 발표한 이 선언문은 넓게는 세계 평화와 한반도 평화, 구체적으로는 대선을 겨냥한 활동의 좌표를 담고 있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4·19혁명 5·18광주항쟁 6·10시민대항쟁으로 이어온, 이 나라 민주화의 도도한 흐름을 계승하여 이 땅에 완전한 민주주의를 안착시키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밝힌 선언문은 “역사의 물꼬를 되돌리려는 모든 기회주의적 수구 냉전 논리 세력을 단호히 배격한다”고 밝혔다.
망국적 지역 감정을 볼모로 하는 선거운동, 근거없는 인신 공격 등의 흑색선거운동이 이번 기회에 영구히 추방돼야 한다고 주장한 이들은 한반도의 정치적 안정을 위해 온 국민이 대통령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호소했다.
선언문은 한반도 평화 정착과 진정한 세계평화의 시대를 열기 위해 당대가 요구하는 문학적 과업을 수행해나가는데도 나설 것을 내세웠다.
이에 앞서 9일 시민문학강좌를 펼친 고은 시인은 “문학은 개인과 민족, 세계를 별개로 다루는 것이 아닌 그것의 총화(總和)”라며 “어제와 내일을 복합적으로 내포, 창조적인 혼혈과정을 거쳐 새로움을 만들어내는 것이 오늘의 문학이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문인은 ‘고립이 아닌 연대’ ‘독선이 아닌 종합’ ‘모든 것을 아우르는 교향(交響)’이라는 문학의 대전제를 내세워 ‘실천하는 문학’을 강조했다. 이 대회는 내년 울산에서 이어진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