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 박물관(관장 하우봉)이 추진하고 있는 ‘호남지역 고문서와 향토자료의 수집과 활용방안’을 주제로 한 프로젝트는 고문서를 정리해 DB화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단순히 고문서의 자료화라는 차원을 넘어 역사연구의 진전을 이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학문적 성과를 기대할 만하다.
이번 연구 대상인 1만여종의 고문서는 그 분량면에서도 대단하지만 대부분이 이 지역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문건들이어서 당대의 생생한 지역사가 고스란히 밝혀질 수 있는 1차 사료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까지의 우리 역사 연구는 왕조와 중앙정부의 시각으로 이루어져 왔고, 지역이나 개인의 역사는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취급되어 왔던 터여서 이번 연구작업은 지역사를 주목, 한국사연구의 중앙집중적 시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게 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90년대 이후 지방사 연구가 활발해졌지만 중앙중심의 사료가 바탕이 되었기 때문에 지역적 특수성이나 그 지역민의 생활사를 밝혀내는데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소개한 전경목씨(공동연구원, 전북대 박물관 학예관)는 그런점에서 이번 연구작업은 지역사 연구를 진전시키고, 그를 통해 역사적 오류를 바로 잡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이 대상으로 삼은 고문서는 대부분이 조선시대의 것들이지만 1910년부터 1945년까지의 일제시대 문건들도 포함되어 있다.
작업은 고문서를 목록화하고 원문을 탈초(원문의 한자를 활자체로 바꾸는 작업), 그 내용을 해석해 자료화하는 것.
노비문서 매매문서 호구단자(戶口單子, 오늘날의 주민등록등본)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이번 작업에서는 이들을 모두 유형별로 분류, 인명과 지명 등 컴퓨터 상에서 다양한 통로로 검색이 가능하도록 정리한다. 그 분량이 많아 연구기간은 2년, 예산도 5억3천4백만원이 투자된다.
지난 10월부터 시작된 이 작업은 2004년 7월에 완결되지만 연구팀은 작업을 진전시켜 자료를 CD로 제작,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보급할 수 있도록 하는 2차 작업도 계획하고 있다.
연구팀에 참여한 연구진도 눈길을 모은다. 80대의 원로학자부터 젊은 연구자까지 참여 폭이 넓다.
송준호 전 전북대 교수를 비롯, 하우봉(전북대 박물관장) 전경목(전북대박물관 학예관) 문숙자(정신문화원구원 연구원)씨가 공동연구원으로, 유호석(전북대 강사) 최윤진(전북대 강사) 송만오(전북대 강사) 홍성덕(원광대 강사) 장순순(전북대 강사)씨가 전임연구원으로 일하며 석박사 과정에 있는 10명 젊은 연구자들이 연구원으로 참여했다.
송준호교수는 연구원들의 효율적인 연구를 위해 고문서를 해제하고 정리하는 방법 등을 강의하는 등 자신이 평생 바쳐온 고문서 연구의 열정을 그대로 쏟고 있다. 연구팀은 이번 작업을 위해 가칭 호남지방고문서연구회를 만들고 고문서 연구 활동을 활성화시킬 계획이다.
전북대는 박물관의 이번 연구 작업을 위해 자체적으로 1억여원의 시설비를 투자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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