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보인 실험적 도전과 성장 가능성 속 아쉬움
전주시립극단의 ‘업’(業·KARMA)이 공연된 12일 전주덕진예술회관. 객석은 만원. 전국연극제 등을 통해 확대된 관객층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작품은 소포클라스와 세네카의 ‘오이디푸스 왕’이 기본 테마.
하지만 운명을 깨달음으로 극복하고 결국 해탈로 승화되는 인간을 그리겠다는 취지가 과연 뜻대로 그려졌는지, 희랍비극에 초혼굿·살풀이를 삽입했던 속내가 마음껏 구현됐는지 고개를 가로젓게 했다.
‘희랍비극을 우리식 해석과 표현으로 승화시킨 무대’라는 섣부른 판단은 그다지 적합한 수식어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렇다고 해도 색다른 시도와 실험적 도전은 돋보였다.
범어와 한국어를 적절히 혼합한 대사, 속삭임과 내지름을 효율적으로 발설하며 절제와 흐느적거리는 동작을 반복하는 코러스, 한국적이라기 보단 동양적 느낌이 더 짙은 의상과 무대 배경, 무대 양쪽과 앞쪽 등 다각(多角)에서 키 낮은 조명으로 그림자를 통해 관객을 압박하는 조명, 아쟁·북·거문고 등이 끊임없이 엮어내는 우리식 선율 등 다양한 형식은 곳곳에서 연출됐다.
특히 배우들의 입심과 행위는 더 세심해졌고 단단해졌다. 도내 연극인들도 “지난 88년 시립극단의 ‘오이디프스 왕’(연출 장성식)과 비교해 배우들의 연기력 향상이 가장 눈에 띤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난감했다. 화려한 의상과 배우들의 넓고 깊어진 동선에 반가우면서도 줄곧 익숙한 낯설음에 고민했던 탓이다.
‘업’이 올려진 70여분동안 단 한번의 웃음도 허락하지 않았던 퍽퍽함 역시 고민을 가중시켰다.
‘업’은 이제 베트남 공연길에 오른다. 이 작품은 국제무대에서 호평 받을 것이 분명하다. ‘충실한 기본’을 바탕으로 많은 부분 국제무대로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적 감흥을 오롯이 전달하는데는 아쉬움이 적지 않다.
그만큼 기대가 커졌다는 의미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