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在矮 下에 敢不低頭리오
인재왜첨하 즘감불저두
낮은 처마로 들어서면서 어찌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있겠오
소설 《수호전(水滸傳)》제28회에 나오는 말이다. 고개를 숙이면서까지 들어가서는 안될 문이라면 처음부터 목숨을 걸고 들어가지 않아야 하고 어차피 들어가야 할 문이고 또 들어간다고 해서 지조에 손상이 없는 문이 아니라면 그 문이 낮을 경우, 고개를 숙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어느 날, 필자는 시장 길을 걷다가 4-5세쯤 되는 아이가 떼를 쓰며 길바닥에서 뒹굴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런 아이를 향해 엄마는 말 좀 들으라며 하소연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의 옆을 지나다가 우연히 그 아이와 눈이 마주치게 되었다. 나는 애태우고 있는 젊은 엄마를 도울 양으로 아이를 향해 눈을 크게 뜬 다음, 위엄을 갖추어 "에비, 엄마 말씀 잘 들어야지"라고 하였다. 그러자 떼를 부리던 아이가 주춤하였다.
그때 나는 생각하였다. 그 아이의 엄마가 아이를 향해 "봐라 아저씨가 '이∼놈'하잖아. 빨리 가자"하며 아이를 데리고 갈 것이라고.
그러나 웬 걸, 그 젊은 엄마는 갑자기 나를 향해 눈을 표독스럽게 뜨더니 날카로운 목소리로 "아이 기죽게 왜 그래요?"라고 쏘아 부치는 게 아닌가? 너무 당황한 나는 바로 미안하다고 말하고 현장을 벗어났다.
과연 내가 잘못한 것일까? 기(氣)는 그렇게 키우는 게 아니다. 낮은 문 앞에서 쓸데없이 고개를 쳐드는 것은 무모하고 무례한 짓일 뿐이다. 숙일 땐 숙이라고 목뼈는 마디로 되어 있는 것이다.
矮:작을 왜 :처마 첨 :어찌 즘 敢:감히 감 低:숙일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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