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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창] 당연지사가 아름다운 정치문화

 

 

‘아름다운 승복’‘아름다운 패배’‘신선한 충격’‘극적 드라마’‘페어플레이’‘결단의 정치’등등.

 

박빙의 지지도를 가졌던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국민통합 21 정몽준 후보가 여론조사라는 전대미문의 방식으로 지난 25일 0시를 조금 넘긴 시각에 대통령 후보 단일화를 승복을 통해 성사시킨 이후 쏟아진 수사(修辭)들이다.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된 직후 정몽준 후보는 굳은 표정으로 TV앞에 나타나 “노무현후보의 승리를 축하한다. 앞으로 노후보가 당선되도록 돕겠다”는 짤막한 발표를 했다.

 

후보 단일화가 옳으냐 그르냐, 바람직스럽냐 그렇지 못하느냐는 차치하고라도 패배 승복은 강렬한 인상을 주었고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기에 충분했다.

 

어찌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패자의 승복선언을 두고 언론및 국민들의 수사들이 이어지고 높게 평가되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수 없다.

 

그만큼 우리나라 정치권에 깨끗한 승복의 문화가 정착되지 않았음을 반증하고 있는 셈이다.
그동안 우리 국민들은 정치인들이 무슨 말을 하면 다 의심을 할 정도였다. 또 무슨 꿍꿍이가 있어서 그럴까하며 믿지 않는 경향을 드러냈다.

 

이는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혐오가 팽배해온 결과의 다름 아니였다.

 

불신팽배 정치권에 승복 청량제

 

국민적 관심속에 진행된 노·정후보의 이번 단일화에 대해 시종일관 회의적 시각도 많았다.
양후보가 성장해온 길과 정책및 이념이 달랐고 단일화 명분을 폄하 내지 딴지를 거는 세력도 적지 않았던 탓이다.

 

정치경험이 많은 사람일수록 노·정단일화는 아무리 정교한 합의이행장치를 마련해도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곤 했다

 

또 민주당과 국민통합 21 양당간도 여론조사방법을 둘러싸고 막판까지 줄다리기를 한 점도 한몫했다.

 

여론조사를 할때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이회창후보를 선택하지 않고 노·정후보중 한명을 선택한뒤 이들의 지지율을 왜곡하는 현상, 즉 ‘역선택’우려문제로 진통을 겪기도 했다.

 

노·정후보중 이후보가 상대하기 편한 후보를 택해 지지의사를 표명함으로써 실제 속마음과는 달리 다른 선택을 할 가능성이 있어 역선택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국민통합 21의 요구가 거셌기 때문이다.

 

이번 단일화과정에서 2개의 여론조사결과중 이후보 지지율이 최근 이후보의 최저 지지도인 30.4%보다 낮은 28.7%로 기록된 1개가 무효처리된 것도 그 산물이다.

 

이로인해 역선택문제가 정치권의 화두로 떠올랐고 국민들도 낯설었던 이 용어와 자주 접해 익숙해졌을 정도다.

 

페어플레이 자주 볼수 있어야

 

정치인들의 행동엔 대체로 이중성과 이해타산의 계산법이 숨어 있다고 한다.
그럴지라도 노·정 단일화 약속이 지켜진 데에는 정후보의 깨끗한 승복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만큼 그 공을 칭찬하는데 인색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국민들은 그동안 너무나 많은 약속 파기와 경선불복의 정치를 보아왔다.
가깝게는 이인제의원의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불복도 그 한 예로 들수 있다.

 

합의는 깨지기 마련이고 엊그제 한말이 금새 뒤집히는 것은 정치의 상식쯤으로 치부됐다.
따라서 이번 단일화과정의 정후보 승복이 아름다운 패배로 비쳐지고 있는지 모른다.

 

당연지사가 더 이상 아름다운 일로 수사되지 않도록 페어플레이 정치를 자주 볼수 있길 기대해본다.

 

/홍동기(본사 제2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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