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자(이영경 분)와 사라(이경은 분)는 극단 ‘창작극회’의 창작 초연작품 ‘옷 벗는 여자’(연출 임정용/작 김정숙)가 낳은 가장 큰 결실이었다.
제10회 소극장연극제의 두 번째 무대(5일∼8일, 창작소극장)는 웃음과 눈물의 아우성.
5년차 배우인 영경씨(24)와 전북연극협회의 신인연기상(2000년)을 수상한 경은씨(31) 모두 꾸준한 연기활동을 이어오면서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던 터라 이들의 열연은 더욱 돋보였다.
영경씨는 매번 잡혀오면서도 끝까지 도망갈 기회만을 노리는, 7년차 윤락여성의 역할.
그가 이 역을 질펀하게 소화해 객석을 웃음의 향연장으로 만들었다면 경은씨는 몸과 마음을 처절하게 버림받아 수명이 다한 윤락여성의 쓸쓸한 심정을 객석으로 전이시켜 온통 눈물에 젖게 했다.
창녀촌(娼女村). 영화 ‘창’‘나쁜 남자’ 등을 통해 그들의 적나라한 일상을 엿본 체험이 없지 않았지만 연극 ‘옷 벗는 여자’가 보여준 일상은 더 직설적이었고 끔찍했으며 무서웠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다양한 폭력을 배우들은 온 몸에 멍자국이 선홍할만큼 구체적으로 보여줬던 것이다.
물론 아쉬움도 없지 않았다.
특별한 직업군의 일상을 섣부른 짐작과 과민한 상상으로 보여준 탓에 이들의 연기는 부분 부분 조금은 과장되고 어설픈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던 것이다.
휴대폰과 몰래카메라 등 현재의 시점에서나 가능한 소품을 등장시키면서도 대사나 캐릭터는 7·80년대식의 것들이어서 윤락여성의 현재 모습을 제대로 그려내는데는 적잖은 거리가 있었던 점도 아쉬웠다.
암전이 잦은데다 시간마저 길어 맺고 끊는 맛이 약해진 점도 보완해야 할 점이다.
그러나 이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이날 무대는 관객들을 뜨겁게 감동시켰다. 여성관객들이 숨죽이며 흘리는 눈물은 배우들의 연기에 충분한 화답이다.
무대의 막이 내린 지금, 두 여배우가 이제 ‘윤락여성의 일상’을 벗고 또다른 인물로 주목받는 터닦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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