順流而下면 易以至하고 背風而馳면 易以遠이라
순류이하 이이지 배풍이치 이이원
물의 흐름을 따라서 배를 저으면 쉽게 목적지에 이를 수 있고, 바람을 등지고서 말을 달리면 쉽게 먼 곳까지 갈 수 있다.
한나라 사람 유안(劉安)이 쓴 《회남자(淮南子)》의 〈주술훈(主術訓)〉에 나오는 말이다. 모든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물 중에서 단 하나 솟구치는 분수만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흐른다. 그래서 분수는 뭇 사람의 눈에 띤다. 그야말로 '튀는'존재다.
그러나 튀어본들 얼마나 튀겠는가? 고작해야 2∼30m다. 튀는 분수로는 바다에 이르지 못한다. 그런데 요즈음 사람들은 튀는 것을 너무 좋아하는 것 같다. 튀기 위해 분수와 같은 역리(逆理)를 저지르는 것을 오히려 '기발한 발상'이라고 추켜세우는 경향마저 있다.
그래서 지금 세상에는 괴이한 일들이 참 많이 일어나고 있다. 그게 어디 오래 가겠는가? 튀기 위해 분수가 되는 것은 그만큼 힘이 든다. 힘있는 폭포가 되고 도도한 강물이 되어 아래로 흘러갈 일이다. 그리하여 넓은 바다를 만날 일이다. 그게 성공이고 그게 바로 보람이다.
바람을 등지고서 달려갈 일이다. 바람에 맞서서 펄럭이는 깃발만이 성공으로 보려하는 게 요즈음 세태지만 진정한 성공은 바람을 이용하여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가는 것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물길을 따라 배를 젓고 바람을 등지고서 말을 달린다.
튀는 삶보다 평화로운 삶이 행복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솟구쳐 오르는 분수, 바람에 맞서 펄럭이는 깃발, 어찌 보면 참 용렬한 존재들이라는 점을 느낄 필요가 있다. 이 튀려고만 안달을 하는 세상에.
順:순할 순 易:쉬울 이 至:이를지 背:등 배 馳:달릴 치 遠:멀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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