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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교수의 한문속 지혜찾기] 큰 나무

 

 

不逢大匠材難用하여 肯住深山壽更長이라.
불봉대장재난용     긍주심산수갱장

 

큰 장인(匠人:기술자, 목수)을 만나지 않고선 이 재목을 제대로 쓸 수 없겠기에 깊은 산에 살기로 하였더니 베어 가는 사람이 없어 목숨은 더욱 길어졌다네.

 

청나라 때의 학자이자 시인이었던 원매(袁枚)라는 사람이 쓴 〈대수(大樹:큰 나무)〉라는 시의 처음 두 구절이다. 나머지 두 구절은 다음과 같다.

 

"이 기이한 나무에게 이름이 뭐냐고 물었더니만 남쪽 나라에 사는 늙은 감당나무라고 말하네.(奇樹有人問名字, 爲言南國老甘棠)"

 

산에 갔다가 우연히 정말 잘 자란 나무를 만날 때가 더러 있다. 철갑을 두른 채 곧고 튼실하게 자란 불그레한 소나무며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이 솟은 전나무, 그리고 잡목 틈에 끼어서도 건장한 모습으로 곧게 자란 참나무 등, "저건 정말 재목감이다"는 탄성이 나올 만큼 잘 자란 나무들이 더러 눈에 띌 때가 있는 것이다.

 

이런 재목들은 정말 훌륭한 목수를 만나 큰 용도로 제대로 쓰여야 한다. 수 십, 수 백 년을 곱게 성장해 온 나무가 목수를 잘 못 만나 제대로 쓰이지 못하고 화목(火木)이 되어버린다면 얼마나 아까운 일인가?

 

화목으로 쓰일 바에야 차라리 목수의 눈에 띠지 않고 깊은 산 속에 영원히 숨어사는 게 낫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나라를 구할 큰 동량이 시절을 잘 못 만나고 윗사람을 잘못 만나 재량을 펴보지도 못하고 늙어 버린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대통령이 바뀌었다. 새 대통령은 선거를 도와준 사람만 인재로 보지말고 숨어있는 인재를 찾아 나서야 한다. 인재를 발굴하는 것이 이 나라를 진정으로 살리는 길임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逢:만날 봉  匠:장인 장  材:재목 재  肯:숙일 긍, 긍정할 긍  住:살 주  更:더할 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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