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1년 9월 26일 전주 모 호텔에서 현재의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를 만났다. 당시 필자는 전북의대 산부인과 교수이면서 "열린전북" 잡지의 운영위원 자격으로 7-8명의 위원들과 함께 약 1시간 동안 좌담회를 가진 자리였다.
어떤 특별한 주제가 주어지지는 않았지만 자유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노동문제에 있어서는 그분이 가진 이력답게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고 의약분업에 대한 질문에는 필자의 강한 반박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의 입장을 옹호하였다.
달변이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눈빛에서 진지함을 엿볼 수 있었고 강하고 부드러움을 겸비한 말솜씨를 가지고 있었다.
가끔 튀어나오는 발언 속에서 사고의 경직성이 있지는 않은가 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서민적인 외모와 순수함은 그분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강점이었다.
지역감정이 없는 나라
그분은 이런 말을 했다. "지역감정이 없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호남출신 정권에 영남출신 후보가 나오면 이 모든 것을 한번에 해결할 수 있다."
이번 선거결과에서도 나타났듯이 특정 후보에 따라서 지역별 편차가 큰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아직도 이해관계에 따른 지역 감정이 존재하고 있다는 증거다. 하지만 예전에 비해서 많이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분의 주장이 일리가 있었던 것이다.
그 후 우여곡절 끝에 당내 국민경선을 통하여 단일 후보가 되는 큰 성취감을 맛보았지만 곧이어 불어닥친 노무현 흔들기는 참으로 힘든 기간이었을 것이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 갈팡질팡하는 철새 정치인들의 모습은 그분에게 한없는 슬픔을 안겨 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정몽준씨와의 후보 단일화는 멋진 한판 승부이었으나, 너무도 어처구니없이 투표하루전날 발표한 지지철회는 억장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분은 이제 해냈다. 우리 앞에 자랑스런 대통령 당선자가 되어 있는 것이다. 필자는 당시에 좌담회를 마치면서 이런 말을 한마디 했다.
"세월이 흐른 뒤 우리 역사책 속에 당신 '노무현' 이라는 이름 석자가 대통령으로 기록되고 당신의 사주팔자가 대통령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다면 젊고 싱싱할 때 꼭 이번에 되었으면 좋겠다" 라고 말이다.
그것은 솔직히 말하면 당시 필자도 전북대학교 총장 선거를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쩌면 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였는지도 모른다.
젊은 대통령을 원하는 마음은 젊은 총장을 필요로 하는 전북대학교의 입장을 나 스스로 해석해서 얻은 결론이었던 것이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사고와 신중하게 결정하지만 일단 결정하면 강하게 밀어 부치는 추진력이야말로 젊은 지도자가 갖는 좋은 덕목이다.
통합의 나라로 이끌길
이제 게임은 끝났다. 서민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경제를 발전시키며 남북문제를 평화적으로 잘 이끌어 갈 것을 믿는다.
행정수도 이전으로 수도권 과밀현상을 치유하고 지방분권으로 지역을 균형발전 시켜 지역감정을 없애고 지방대학 육성으로 지역인재의 외부유출을 막아서 지역발전을 통한 나라발전의 기틀을 만드는 일도 꼭 해 낼 것으로 기대한다.
미국과는 여중생 사망사건으로 불거진 불평등한 SOFA를 개정하고 우방으로서의 관계는 유지하면서 당당하게 그들과 대화할 수 있는 강한 나라를 만들 일만 남아있다.
아울러 부정부패를 없애고 밝고 맑고 바른 나라를 만들어서 아!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자긍심 속에서 살아갈 수 있기를 우리 모두는 바라는 것이다.
선거는 언제나 승자와 패자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좋은 대통령을 뽑았다면 우리에게는 패자는 없고 승자만이 존재할 뿐이다. 그동안 선거와 관련하여 애쓴 모든 분들에게 위로와 찬사를 함께 보내고 싶다.
/두재균(전북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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