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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신춘문예] 수필 부문 박종기씨 당선소감

 

 

응모작품을 보내놓긴 했어도, 감히 쉽게 넘볼 수 없는 높은 장벽일 것이라 여기고 있었다. 처음 몇 일 동안은 조심스럽게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었으나, 발표 날이 다가올수록 자신감은 떨어지고, 설마 하는 기대마저 지우려고 스스로의 마음을 다스려가고 있었다.

 

그리고 뜻하지 않게 당선소식을 받았을 때는 퇴근을 서두르고 있던 중이었다. 오랜 번민과 긴장의 터널을 벗어난 느낌이다. 이런 큰 영광을 위해 그 동안 작품들을 함부로 남발하지 않고 꼭꼭 묶어 두었던가보다며, 기뻐하는 아내가 제일먼저 소감을 꺼내 놓는다.

 

두 아들들이 성장해 가는 과정에서, 눈에 띄는 소재들이 있을 때마다, 틈틈이 적어 남겨 오고 있는 중이다. 큰 아들의 나이만큼, 20년 동안이나 아빠에게 수많은 습작을 시켜왔던 선생님은 바로, 나의 사랑스런 두 아들이었던 셈이다.

 

글이 좋아 습관처럼 읽고 쓰고 해오면서, 언어라는 조형물을 하나 둘 씩 다듬고 더 놓이 세워보려고 노력해왔다. 이젠 좀더 체계적인 또 다른 문학세계로 접근해 보고자 노력할 각오이다.

 

올 겨울의 완성을 위함일까? 지금 창문 밖에 흩날리는 눈송이들이 내려앉아 어둡고 짙었던 만감의 시간들을 덮어 잠재우고 있다.

 

이렇게 부족한 글을 선택해 주신 심사 위원님과 전북일보사에 마음깊이 감사를 드린다.
내 몸높이보다 훨씬 큰 키를 하고 서있는 협죽도에게 다가가 당선소식과 함께 고마움을 가만히 전해주었다.

 

오늘 이처럼 나에게 주어진 영광들이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닌, 내 생활주변을 함께 해온, 어느 것 하나도 빠뜨릴 수 없는 결집의 산물임을 알기에 더욱더 소중하게 간직해 두려한다.

 

내가 벌여놓는 일마다 늘 마음 조려가며 기도로 후원해 주신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들 모두에게 이 기쁨과 영광을 돌리고 싶다.

 

/박종기(2003전북일보 신춘문예 수필부문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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