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을 맞은 극장가엔 흥행 대작들이 즐비하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나갔다가는 낭패보기 십상. 좋다는 얘기만 듣고 몰려갔다가 매진으로 허탕치거나, 영화 선택을 잘못해 극장을 나오며 썰렁한 눈초리만 주고받을 수도 있다.
게다가 각 영화관마다 다른 할인혜택을 챙기지 못한 과오를 저질렀다면 동행인과의 관계 회복(?)은 더 심각해진다.
지난해처럼 영화 열기가 뜨거웠던 해도 드물다. 한 해에 78편의 작품이 만들어지고 점유율이 50%에 육박한 이 환경은 이제 자부심을 가질만하다.
하지만 올해 도내 극장가의 신년은 외색이 짙다. 여전히 반지의 괴력과 꼬마 마법사의 무용담이 극장가를 강타했기 때문이다.
스크린을 많이 가진 곳일수록 증세는 심해 좀처럼 영화 선택권을 주지 않는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아쉬운 속내에도, 선택에 있어 가장 안전한 것은 역시 흥행작품. 두루두루 평균 이상의 평점을 받을 만한 영화로 ‘반지의 제왕 : 두개의 탑’(피터 잭슨)과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크리스 콜럼버스)을 꼽을 수 있다.
지난해 초, 판타지 블록버스터의 괴력이 얼떨떨하게 만들더니 2003년에는 그 이상의 내공으로 후려치는 형국이다.
‘반지∼’는 전편보다 더욱 스펙타클한 화면과 사운드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지만 웅대한 스케일처럼 상영시간도 2시간 57분이나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스카이다이빙, 산악자전거, 스케이트 보딩, 스노우 보딩 등 여러 종류의 익스트림 스포츠를 한 스크린에서 만끽할 수 있는 ‘익스트림 OPS’(크리스찬 드과이)도 추천 영화. 짜임새가 부실하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시원한 겨울 스포츠를 대리 충족할 관객에게 추천할 만한 작품이다.
80년대 고교생의 알싸한 추억을 되살리고 싶다면 ‘품행제로’(조근식)를 권한다. 고교 캡짱 중필의 학원무림신화와 중필을 사이에 둔 두 여고생의 삼각관계가 명랑만화처럼 펼쳐지며 가수 김승진, 롤라장, 디스코 바지 등 80년대 히트상품 퍼레이드가 야릇한 향수를 자극한다.
90년대 대학생의 성풍속도를 엿보려는 이들은 ‘색즉시공’(윤제균)이 좋다. 임창정·하지원이 출연하는 이 영화는 한국판 ‘아메리칸 파이’, 대학생 버전의 ‘몽정기’(정초신)다.
정준호·김윤진과 더불어 올해 최고 다작배우로 꼽히는 설경구의 ‘광복절 특사’(김상진)는 그의 이전 출연작 ‘오아시스’‘공공의 적’과 비교해 감상하는 것도 독특한 재미.
그 재미는 남북이 특급 공조한 코믹 프로젝트 ‘휘파람 공주’(이정황)도 만만치 않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개봉된 ‘007어나더데이’(리 타마호리)가 한국을 비하하는 일부 장면으로 비난받았다면, 이 영화는 반미에 가깝다.
남북한이 힘을 모아, 남북 화해무드를 저지하고자 하는 CIA를 물리친다는 뼈대를 갖고 있기 때문. 다소 황당하지만 속은 시원해진다.
북적이는 극장을 찾는 것뿐 아니라 한가로이 TV로 영화를 즐기는 것도 이번 연휴는 손쉬운 즐거움이 되겠다. 특히 철지난 영화를 놓친 분이라면 여느 때와 다른 지상파 방송 3사의 특선 영화를 눈여겨보는 것도 좋다.
‘셰익스피어 인 러브’, ‘에린 브로코비치’, ‘007 다이아몬드는 영원히’ 등이 안방에서 새해를 맞이할 시청자의 선택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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