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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2003년, 새로운 각오를 다지며

 해가 바뀌면 우리는 새로운 각오와 희망을 갖고 새해를 설계한다. 담배를 끊는다거나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겠다거나 또는 자기계발을 위해 돈과 시간을 투자하겠다는 다짐을 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다짐들이 끝까지 지켜지는 일은 흔치 않은 법이어서 ‘작심삼일’이라는 사자성어도 생겨났다. 

새천년의 시작을 돌이켜 보면 그때 우리의 각오도 대단했다. 지난 세기말 외환위기와 IMF 구제금융이라는 사상 초유의 위기를 극복한 우리에게 새천년의 의미는 더욱 남다른 것이었다. 

빛바랜 새천년 다짐 아쉬워 

우리는 21세기가 남북 화해의 시대로, 또 세계 평화와 번영의 시대로 펼쳐지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또한 정부는 새천년을 맞아 가까운 시일에 반도체 생명공학 영상 신소재 정보기술 등을 G7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일자리 창출, 소득분배 개선, 서민주택문제 해결 등을 통한 생산적 복지정책을 추진하며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3개년 기획단을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지난 3년은 새천년의 희망과 거리가 있어 보인다. 남북화해는 큰 진전이 있었으나 최근 북한의 핵개발시설 가동 재개 등에 따른 북미간 긴장 고조로 순탄하지 못한 모습이다. 국내 경제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우리는 주택가격 급등으로 내집마련이라는 서민의 소망이 멀어지고 수도권과 지방간의 성장 격차가 벌어지며 소득분배 불균형이 더욱 심화되는 상황을 지켜봐야 했다. 

전반적인 세계경제의 부진과 벤처거품의 퇴조로 신기술 개발을 통한 경쟁력 강화라는 과제의 달성도 어려웠다. 개인의 새해 다짐이 대부분 작심삼일로 끝나듯이 우리의 새천년 바람과 다짐도 빛을 바랜 느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다시 새해다. 우리는 지난 월드컵에서 열광과 질서의 조화라는 무한한 민족의 에너지를 확인하였으며 연말에는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갈 대통령도 뽑았다. 

또한 지난해 우리 경제는 세계경기가 부진한 가운데서도 6%대의 견조한 성장세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시 한번 새로운 각오로 새해를 이끌어갈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다. 

물론 어려움이 없지 않다. 세계 경제가 부진한 가운데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도 불안정한 상황이다. 지난해 우리 경제성장의 버팀목이 되어 주었던 국내소비도 다소 부진해 질 전망이다. 

결국 이러한 난제들을 올 한해 어떻게 극복해 내느냐에 따라 우리의 새천년 희망과 다짐들이 작심삼년의 표본이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최근 만나본 전북지역의 기업인들은 환율 하락, 유가 상승, 내수 및 수출 수요의 부진 등 경영환경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그러면서도 금년 생산 및 매출 목표는 지난해보다 다소 높은 수준으로 맞추고 있다. 경영의 효율성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품질향상과 마케팅 능력의 제고를 통해 세계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환황해권 주도세력 기대 

이처럼 기업인들이 어려움을 정확히 인식하고 그것을 극복할 각오와 대책이 있다면 새해 우리 경제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높은 성장을 이루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덧붙여 새해 전북지역 경제와 관련해서 나름의 바람이 있다면 전북지역이 환황해권 경제의 중심지로서 신공항 건설 등 물적 토대를 갖추는 외에 그에 걸맞는 인적 토대를 갖추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이제는 우리 도민들이 배타성과 소극성에서 벗어나 환황해권 시대를 이끌어 나갈 열린 인재가 될 수 있도록 스스로를 담금질해 나가야 할 것이다.

 

 

/윤승일(한국산업개발연구원장)

 

 

* 49년 서울 출생으로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뒤 71년 한국은행에 입행했다. 파리사무소 조사역 및 물가조사·금융통계 과장 등을 역임하는 등 국내외 경제동향 분석 전문가이다. 특히 부산 강릉 대전 목포 등 지역본부를 두루 거쳐 지역경제 문제점 및 발전방안과 관련 식견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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