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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교수의 한문속 지혜찾기] 물 닿는 곳이 곧 도랑

 

 

水到渠成이니 不須預慮라
수도거성     불수예려

 

물 닿는 곳에 도랑이 생기는 법이니 미리 염려할 필요가 없다.

 

송나라 사람 소식(蘇軾)이 쓴 〈답진태허서(答秦太虛書)〉라는 글에 나오는 말이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이라는 말이 있다. 미리 대비하면 근심이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세상에는 미리 다 준비를 해 놓고서도 필요 이상의 걱정을 하는 사람이 있다.

 

그건 결코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 물이 있으면 도랑은 생기게 마련이고 실력이 있으면 시험에 붙게 되어 있다. 피나는 훈련으로 실력을 길렀으면 월드컵에서도 16강, 8강, 4강에 오를 수 있고, 16강, 8강, 4강에 오르다 보면 관중들은 몰려들게 되어 있다.

 

충분히 실력을 기르고서도 다시 관중이 모여들지 않을 걱정을 할 필요가 무엇이 있겠는가? 진정으로 준비가 잘 되어 있으면 더 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다. 진정으로 공부를 잘하고 또 열심히 한 사람은 오히려 시험 날이 기다려지고 음식 솜씨가 좋은 주부는 은근히 손님이 찾아오기를 기대한다.

 

장롱 안에 겨울 새 옷이 한 벌만 준비되어 있어도 겨울이 빨리 오기를 바라고, 예쁜 외출복 한 벌만 준비되어 있어도 이웃집 잔치 날이 기다려지는 게 사람이다. 자신감이 있는 인생, 느긋하고 편안한 인생이란 결국 평소의 실력 함양과 일상의 준비에 달려 있는 것이다. 

 

그렇게 준비해 놓고서 기다리는 삶은 얼마나 여유가 있고 활기에 찬 삶인가? 늦잠부터 없애도록 하자. 한 시간만 일찍 일어나도 하루는 엄청 길어진다는 점을 느끼도록 하자.

 

到:이를 도  渠:도랑 거  須:모름지기 수  預:미리 예  慮:생각 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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