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에서 만들어진 옛날 동전이 다량으로 공개되면서 전주의 역사적 위상과 도시적 기능을 조명하는 새로운 자료로서의 가치가 주목되고 있다.
그동안 사료를 통해 조선시대에 지방에도 주전소를 두어 화폐를 주조하게 했다는 기록(조선왕조실록)은 있었지만 전라감영이 있던 전주에서 동전이 주조되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우리나라 화폐의 역사 연구작업이 부진했던 데다 전공자도 적어 수집가들 사이에서만 회자되어왔기 때문이다.
10년여동안 옛날돈을 수집, 연구해온 고전연구가 한영달씨(65, 강원도민일보 고문)는 본사에 제보한 자료를 통해 "전주는 조선왕조의 중심지로써 당시 지방감영에 설치된 여러개의 주전소 중에서도 많은 동전이 주조 발행되었을 뿐 아니라 제작기술도 빼어나 보존상태가 다른 곳에서 만들어진 동전들보다 양호해 전주 지역의 제작기술이 우수했음을 알 수 있다"며 “당시 전주를 중심으로 전라도 지역의 경제활동이나 문화적 수준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이 자료들을 역사적으로 조명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씨가 소개한 동전은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조선통보(朝鮮通寶)와 상평통보(常平通寶). 크게 분류하면 9종에 불과하지만 이를 형태별로 세분하면 92종이나 된다.
종류로는 지금까지 남아있는 고려 조선시대의 화폐 4천6백58종 중 0.02%에 해당하는 극히 미미한 종류지만 상평통보의 경우, 중앙관서에서 제작한 동전에 이어 가장 많은 숫자의 동전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 한씨의 설명.
그 양은 현재 남아있는 상평통보 당이전과 천자문전의 4-5% 정도에 이른다.
동전의 대부분이 중앙관서를 중심으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지방에서 주조된 동전이 많이 남아있다는 것은 당시 많은 양이 제작되었고, 그만큼 전주를 비롯한 전라도 일원이 물산이 풍부해 경제적 활동이 활발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동전들이 전라감영에서 제작된 것임을 알려주는 근거는 동전 뒷면에 남아있는 '全'자나 '全左' '全右' '全兵' 등의 글자. '全'자 한자만 표시되어 있는 동전은 전라감영에서 직접 주조된 것임을 알려주는 표시이고, 나머지는 전라좌수영 전라우수영 전라병영에서 각각 주조된 것을 뜻한다.
공간적 의미로 보자면 전주에서 제작된 것은 '全'자라고 쓰여진 것 뿐이지만 당시 병영이 있던 강진이나, 좌수영이 있던 여수(광양), 우수영이 있던 해남도 전라감영 관할이었다.
우석대 사학과 조법종교수는 "조선시대에 지방에도 주전소를 두어 동전을 주조하게 했다는 기록이 있지만 그 대부분이 지리적 여건 상 해안이 인접해 있는 진(鎭)에 설치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전라감영에 주전소를 설치하고 동전을 제작했다는 사실은 감영의 역할을 보다 구체적으로 규명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다"고 평가했다.
전라감영에 주전소가 설치되어 화폐를 만들어냈다는 이 자료로 당시 전주의 사회경제적 상황이 새롭게 주목되고 있다.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