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자와 해학, 흥겨움이 철철 넘쳐흐르는 가족창극
‘돈으로 진사 벼슬을 산 맹진사. 명문가인 김판서와 사돈을 맺게 된 그는 신랑감이 절름발이라는 소문을 듣고 꾀를 내 몸종인 이쁜이를 대신 시집보내는 데….’
오영진(극작가·1916∼1974)이 시나리오로 발표한 ‘맹진사댁 경사’는 헛된 욕심보다 진실이 소중하다는 소박한 주제를 통해 결혼제도의 모순과 양반의 권력 지향적인 허욕 등을 풍자하며 초연 당시 현대 희극이 지향해야 할 이정표를 제시한 작품으로 평가받은 작품이다.
이후에도 영화·뮤지컬·연극·오페라 등으로 제작되며 한국의 고유한 생활·풍속·사상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전통해학극으로 수십 년간 사랑을 받아 왔다.
지난해 판소리를 바탕으로 한 전통창작무극 ‘만복사저포기’를 선보여 호평을 받았던 남원시립국악단(단장 임이조)이 이 작품을 ‘전통 극의 대중화’에 초점을 맞춘 가무악극 ‘시집가는 날’(연출 오진욱 작곡 류장영)로 각색, 24일부터 남원춘향문화예술회관 무대에 올린다.
45명의 단원들이 6개월간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이 무대는 현대적 감각을 살린 우리 소리와 전통 춤사위 등이 절묘하게 연결된 가무악극이라는 점이 돋보인다.
지난해 선보였던, ‘아니리조(調)’(판소리에서 창자(唱者)가 자유리듬으로 사설을 엮어나가는 대화법)에서 벗어나 자연스러운 일상 언어로 극을 이끄는 것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해학과 흥겨움 속에 편안함’을 주는 무대를 만들고 싶다”는 연출자 오진욱씨(36)는 “전통의 틀에서 벗어나 뮤지컬이라는 현대적 기법을 도입한 실험적인 무대가 주는 부담도 있지만 과거에 안주하기 보다 새로운 무대예술의 정형을 창조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소개했다.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가 이어지면서 전통예술양식의 변화 경향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현 시대 전통 예술극의 전형과 허용범위, 발전방향 등을 탐색해 보는 것도 이 작품이 가진 큰 의미다.
지난해 ‘만복사저포기’의 음악을 맡았던 류장영씨(전북도립국악원 학예연구실장)가 다시 호흡을 맞췄다.
82년의 역사를 이어온 남원시립국악단은 지난 2000년 1월 창극 ‘춘향전’ 평양공연을 비롯해 미국, 싱가포르, 일본, 중국 등 해외공연과 매년 130여회의 국내공연을 통해 역량을 축적하며 국악의 대중화와 현대화 작업에 끊임없이 노력해 오고 있다.
공연은 24일(오후 7시), 25일·26일(오후 3시) 세 차례에 걸쳐 남원춘향문화예술회관 무대에 올려진다. 문의 063)620-6538/6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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