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발이 제법 드세게 퍼붓는데도 참 포근하다.
높다랗게 솟아나온 빌딩숲과 눈속에 오히려 가깝게 다가서는 산봉우리가 병풍처럼 둘러서 살포시 안아주는 곳. 온고을 전주의 색깔을 머리가 시원할 정도로 선명하게 보여주는 한옥마을의 풍치다.
전주시내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기린로가 오목대앞을 지나는 곳에서 새로 놓여진 돌거북을 만날 수 있다. 풍남동·교동일대 한옥마을의 입구를 알리는 표지석이다.
전주의 ‘고풍(古風)’을 대표하는 이곳은 지난해 말끔하게 새 옷을 차려입었다. 전주사람이더라도 오랫만의 발걸음이라면 눈이 휘둥그래질 정도.
기린로 오목대옆에서 경기전·풍남문쪽으로 난 태조로 내리막길을 10분만 걸어보면 단박에 이곳의 새로운 기운을 느낄 수 있다. 항상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하고 고즈넉하던 전통마을에서 꿈틀대는 ‘활력’을 찾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이름난 관광지도 아니고 면적도 썩 넓다고는 할 수 없지만 슬쩍 둘러만 보고 가야겠다고 작정했다면 큰 낭패다. 정겹게 기와지붕을 맞댄 전통가옥들이 빽빽이 늘어선 골목길을 걷노라면 열걸음이 머다하고 발길을 멈춰야 한다.
게다가 체험 프로그램에라도 참여 한다면 시간은 장담할 수가 없다. 곳곳에 들어선 전통찻집과 점집도 이곳만의 풍경이다.
아예 전통문화여행 일정을 잡아 가족과 함께 넉넉한 마음으로 찾아온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역사의 고장 전주의 숨결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경기전과 풍남문·전동성당·오목대를 축으로
태조로 양편에 새롭게 들어선 전주공예품전시관과 전통술박물관·한옥생활체험관등이 한옥마을의 문화지도다.
전주공예품전시관에서는 합죽선·태극선 등 전주부채와 전주한지를 비롯한 지역 특산 공예품을 전시·판매하며, 도자·한지·목공예등 공예 체험교실도 열린다.
처마에 호리병이 치렁치렁 내걸린 전통술박물관에서는 이강주등 전주의 특산 명주를 비롯, 전국 각지의 민속주를 만날 수 있다.
또 한옥생활체험관은 전통 구들방이 갖춰진 숙박시설로 바로 옆에 우뚝 선 현대식 특급호텔과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한벽루 인근 전주천을 끼고 자리잡은 전통문화센터는 전주의 멋과 맛을 새롭게 이어내는 공간이자 볼거리와 먹을거리·놀거리가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이다.
풍남동 골목길 동학혁명기념관앞에서는 조선왕조의 흥망을 지켜보았을 수령 6백년된 은행나무를 만날 수 있다.
유서깊은 은행나무골목을 만들어낸 바로 그 나무다. 또 기념관옆 ‘최명희길’로 이름 붙여진 좁다란 골목길로 들어가면 ‘혼불’의 작가인 고 최명희의 생가터가 나온다.
설 명절, 귀성객들을 대상으로 한 행사도 다채롭게 펼쳐진다.
설날인 1일 전주시와 전북사진기자협회에서는 전통문화센터및 공예품전시관에서 고향의 추억을 담은 가족사진을 무료로 촬영해 준다.
또 한옥생활체험관은 31일부터 2일까지 제기차기·윷놀이·팽이치기·널뛰기·투호등 전통놀이와 세배하기·복조리 나누기등 전통문화마당을 펼치고 전통술박물관에서는 각 지역 전통주를 판매하는 행사를 마련한다.
민족의 명절 설연휴에는 한번쯤 오목대에 올라 전주를 보고 한옥마을에 내려가 보자.
새롭게 단장한 고향의 거리에서 애향심과 자부심, 그리고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또 온고을이 그리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전주의 체취에 흠뻑 젖을 수 있는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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