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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교수의 한문속 지혜찾기] 정월 초하루

 

 

何人能施柔懷德하여 四海融融各得春이리오
하인능시유회덕     사해융융각득춘

 

어떤 사람이 능히 가슴에 품은 덕을 부드럽게 베풂으로써 온 세상이 평화로운 가운데 사람마다 모두 봄빛을 얻게 할 수 있을까?

 

조선 말기로부터 항일 시기를 거쳐 해방과 6.25 동란에 이르기까지 우리 민족의 수난기를 살다 가신 큰 학자이자 명필인 유재 송기면(裕齋 宋基冕:1882-1956) 선생이 작고하시던 해인 병신년(1956) 설날 아침에 쓴 〈병신원조(丙申元朝:병신년 정월 초하루))〉라는 시의 끝 두 구절이다.

 

처음 두 구절은 다음과 같다.

 

"홀로 근심을 안고 새벽까지 앉아서 하늘에 절하고 땅에 빌고 또 신명께 빌었네(獨抱幽憂坐達晨, 拜天禱地又祈神)" 옛 선비들은 이처럼 늘 세상 걱정을 하며 살았다.

 

이른 바 '우환의식'이라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선비들의 이러한 우환의식으로 인하여 세상은 바르게 이어져 왔고 또 국난도 극복할 수 있었다.

 

선비들은 평소에 늘 바른 지도자가 나와서 세상을 바르게 인도해 줄 것을 그처럼 간절히 빌면서 살았기에 설날 아침에도 시를 지어 훌륭한 지도자가 나와서 깊은 덕으로 온 세상을 평화롭게 하고 모든 사람에게 봄빛이 들게 해달라는 기원을 한 것이다.

 

선비 즉 지식인들의 의식이 바르게 살아있어야 나라가 산다. 음력 설이 지나 다시 한해가 바뀌고 또 새봄이 시작되었다. 우리 모두 남녘에도 북녘에도 아니 지구촌 어디에도 평화의 빛만 비치기를 기원하자.

 

그리고 지식인들은 자본주의를 핑계삼아 사욕만 채우려 들지 말고 이 시대의 선비답게 진정한 지도자 의식을 가지고 세상을 맑고 밝은 방향으로 인도하도록 하자.

 

何:어찌 하  能:능할 능  施:베풀 시  柔:부드러울 유  懷:품을 회  融:융합할 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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