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耳順)을 넘긴 중진시인 2명이 우리 사회·문화현상을 예리하게 분석하고 존재의 깊이와 슬픔을 성찰한 산문집을 펴냈다.
김지하 시인(62·명지대 석좌교수)의 '화두-붉은악마와 촛불'과 오세영 시인(61·서울대 국문과 교수)의 '왈패이야기'.(화남)
'화두'가 지난해 6월 한반도를 달구웠던 월드컵 응원 열기에서부터 연말의 여중생 추모 촛불시위까지 이어지는 시대정신을 김교수 특유의 사유로 재해석한 문화론이라면, '왈패이야기'는 오교수가 들려주는 삶과 인생과 사랑에 대한 영혼의 메시지다.
김교수는 붉은 악마가 몰고 온 문화적 태풍을 '6월 개벽'이라고 부른다. 붉은 악마가 바로 촛불세대이고, 현대철학이 말하는 '혼돈 속의 질서' 곧 카오스모스(chaosmos)가 이 세대의 생활논리라고 분석했다. 월드컵 직후 "붉은 악마는 형태와 주제를 달리하면서 또 오고, 또 올 것”이라고 예견했던 그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김지하 문학'의 탄생 비밀과 그 미학적 근거를 밝힌 자전적 이야기도 새롭고 아시아 문명의 정체성 회복 등 아시아의 평화와 문학에 대한 명쾌한 해석이 돋보인다.
왈패는 오교수가 길렀던 순종 진돗개 이름. 15년만에 펴낸 산문집에 왈패를 앞세운 까닭은 개로 인해 생명의 자유와 사랑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실린 글 53편 모두 생명과 자연에 대한 경외, 감탄으로 그득하면서도 차분하다. 유복자로 태어나 외가에서 자랐던 어린시절과 시인이자 학자로 살아온 자신의 삶을 반추하는 대목도 있다. 또 중용의 의미를 탐색하고 흔히 쓰이는 언어의 그릇됨을 나직하게 이야기한다.
아이들의 순수한 본심이 왜곡되듯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들만 피해를 보는 세상은 바뀌어야 한다는 그의 속삭임은 세상에 경종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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