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3만명의 산골 오지 무주. '해질 녘 솔가지 연기 산 그림자 속으로 퍼져 나가는 산 마을'(박상범 詩'덕유산20'부분)에 터를 잡은 작가들이 '눈 쌓인 산을 헤치고' 두 권의 책을 냈다.
무주작가회의(지부장 장정배) 기관지 '무주문학 제9집'과 단체에 소속된 19명의 시인들이 지난 아홉 해 동안 '무주문학'에 발표한 작품 중 일부를 모은 '그대가 사는 마을에 가고 싶어 편지를 쓴다'(무주문화원).
적상산·덕유산을 감도는 서늘한 새벽공기 같은 산문들과 구천동을 흘러나와 세찬 물줄기로 들녘을 적시는 드맑은 계곡물 같은 시편들…. 청정 지역에서 쓴 작품이어서인지 더 청정한 빛을 발하는 것 같다.
반딧불이와 별과 바람이 되어 덕유산 자락의 순후한 세계로 독자들을 이끌어 가는 무주작가회의 회원들의 내공이 범상치 않다.
19인의 시집 '그대가 사는∼'에 담긴 시편들은 처녀의 맵시처럼 형형색색의 빛깔로 옷을 갈아입는 무주의 사계를 닮았다.
무주의 시인들도 "내면의 정신을 꿰뚫고 나온 독창적인 노래이기에 모여서 한 목소리를 낼 수는 없지만 19인에게 있어 시는 이미 생명의 요구”라고 말한다.
시집의 발문을 쓴 복효근 시인(41·남원중 교사)은 "무주 시인들의 치열한 시 정신을 엿보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고 말하면서도 문학단체의 이름을 내 건 시편들의 지향점이 일치하지 않은 점을 아쉬워한다.
거기에 덧붙여 지역의 문제나 지역 언어의 미적 계승에 대한 노력이 쉬 보이지 않았던 것도 못내 서운한 점으로 꼽는다.
그러나 시집이 꼭 완성도만을 염두에 두고 읽힐 수 있으랴. 그저 와닿는 느낌만으로도 무주 시인들의 도타운 정이 돋아나는 것을.
"어떤 우연과 필연, 그리고 보편성을 소중히 간직하고 생산적 상상속에서 살기를 원하는” 시인들의 아름다운 심상은 그래서 더욱 빛을 낸다.
'무주문학 제9집'은 회원들의 시와 수필, 동화, 소설 등 신작뿐 아니라 무주출신 평론가 눌인 김환태 선생(1909∼1944) 작품선과 '적상산 꿀벌 시인' 이봉명씨(48·무주작가회의 초대지부장)의 자선시집을 특집으로 엮었다.
무주작가회의는 지난 1993년 무주문학회로 시작돼 98년 전국최초로 (사)민족문학작가회의 군지부로 창립, 서병순 유재두 이병수 임우성 김성곤 이봉명 정우경 이선옥 임송자 박상범 정여남 최홍렬 이해양 이성환 장만호 이진성 임인숙 유영란 김미란씨 등 21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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