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대성학원 뒷골목에 자리한 '레드 제플린(Led Zeppelin)'. 라이브클럽인 이곳에서는 도내 언더그라운드 밴드와 가수들의 공연이 끊이지 않는다. 언더그라운더들이 대중과 만날 수 있는 공연조건을 갖춘 덕분이다.
이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황대귀씨(28·전북대 독문과 2년)도 일주일에 한 번 이 무대에 오른다. 가수보다 노래를 직접 작곡하고 부르는 '싱어 송 라이터'라고 부르는 게 옳다.
"아르바이트와 가수는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활용해 용돈을 버는 방법입니다. 주 전공은 작곡이죠.”
그가 지금까지 작사·작곡한 곡은 모두 50여편. 2001년 4월에는 정식음반까지 냈다. 기타리스트 겸 작곡가로 속해있던 밴드 '소년'과 '더비(The B)'가 공동작업한 '우기(雨期)'. 모두 1천장을 출반해 모두 팔렸다. 지역 언더 밴드들이 보통 5백장 팔기도 버거운 것을 감안하면 대박(?)에 가까웠다.
이 음반에 실린 그의 작품은 타이틀곡 '우기'를 비롯해 '외계소년''아침''운동회''앤지'등 5곡. 포크락 풍으로 복잡하고 거칠어진 세상을 향해 순수함과 사랑을 노래한 곡들이다.
그의 작곡 스타일은 특이하다. 일기장을 활용한다. 어릴적부터 써온 일기장을 가끔 들춰보며 옛 추억을 떠올리며 가사로 옮긴다. 일상생활을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관찰과 명상도 가사와 가락을 떠올리는 한 방법이다. 지금까지 쓴 곡 모두 순간적인 재치와 번득이는 아이디어가 아닌, 세월을 곱씹어 가며 천천히 완성한 작품들이다.
"댄스나 힙합 처럼 유행을 타는 곡보다 소박하지만 들을 수록 감미로운 곡을 쓰고 싶어요. 60∼70년대를 풍미했던 컨츄리나 포크 같은. 당시 전성기를 구가했던 밥 딜런이나 비틀즈, 영국의 록 그룹 '레드 제플린'를 좋아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중년세대와 비슷한 그의 음악적 성향은 중학교 때부터 AFKN을 애청한 덕분이다. 또래가 잘 듣지 않았던 음악을 즐겼던 그는 고교때 전자기타의 강렬함에 빠져 들었고, 대학 진학후에는 그룹 '싱건지'멤버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직장인이 되어 있을 나이에 아직도 대학 2학년에 머무르고 있는 것도 음악활동과 무관하지 않다. 군대가기 1년 전부터 휴학, 그룹활동에 몰두했고 98년 제대후에는 복학 대신 친구들과 함께 밴드 '소년'을 결성했다.
지난 2001년 11월 해체할 때 까지 각종 행사에서 캐스팅 1순위로 꼽힐 만큼 인기를 끌었다. 독립영화음악에도 참여했다.
짧은 여행의 기록, 광주'(감독 김백준)에 기타연주곡과 밴드음악 '굿바이' 등 2곡을 썼고, '교실이야기'(감독 박동기)에는 장구와 전자기타를 혼합한 '북소리'를 삽입하기도 했다.
3년여 동안 '소년'의 이름은 널리 알렸지만 그를 비롯한 친구들은 공허했다. 좋아하는 음악이 점점 생계수단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음악보다 돈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공연과 그 때문에 우정이 사그라드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아끼는 음악과 우정을 위해 발전적인 해체를 결심했죠.”
밴드를 해체하고 난 뒤 음악에 대한 확신이 조금씩 강해졌단다. 가장 좋아하는 일이 음악이고, 자신이 행동하고 생활하는 근원이자 원동력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
그는 음악을 평생 반려자로 삼기 위해서는 전문지식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지난해 복학했다. "우리나라 음악관련 서적은 일본을 거쳐 들어오기 때문에 현실과 맞지 않거나 부실한 경우가 많다”는 그는 영어와 독일어 등 어학공부에 열심이다.
작곡은 물론 음악서적 번역사업에 뛰어들기 위해서다. 최근에는 자신을 채찍질하기 위해 인터넷 카페(cafe.daum.net/daekwi)까지 만들었다. 작사 작곡한 노래를 네티즌들에게 선보여 반응을 살피는 등 음악공부의 폭을 넓히기 위한 방법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음악으로 자신의 삶을 채워가는 그의 바람은 조만간 자신의 이름을 단 음반을 내는 것이다. 소년처럼 맑은 그의 노래가 보다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순수함과 희망으로 가득 채우는 날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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