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각종 경제관련 지표들이 국내외의 불확실한 경제 여건때문에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외 경제여건에 민감한 원화의 대미달러환율은 미국의 경기회복 지연 우려 등으로 1월말 1,170.1원까지 하락하였다가 2월 11일 무디스사가 북핵 문제를 들어 우리나라에 대한 신용평가등급 전망을 긍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함에 따라 1,209.1원까지 상승하는 등 급등락 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유가는 미국의 대이라크 전쟁 가능성에 더해 베네수엘라 파업사태, 계절적 수요 증가 등으로 상승세를 지속하여 최근에는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산 원유의 가격이 배럴당 30달러를 넘어서면서 우리 경제에 커다란 부담을 미치고 있다.
북핵 유가급등 큰 부담
이에 따라 자칫 각 경제주체들의 심리적인 위축으로 경기가 급격히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세계 경기회복 지연으로 수출 신장세가 둔화되고 부동산, 주식 등 자산 가격 하락에 따라 가계소비도 부진해지면서 당초 기대했던 성장률을 달성하기가 어렵지 않겠냐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경기는 지난해 4/4분기중 성장률이 0.7%에 그쳤으며 유로지역과 일본경기도 부진이 심화되거나 횡보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가계 및 기업의 경기전망이 밝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향후 경기전망에 대한 기대지수가 1월중 92.8로 4개월째 기준치인 100에 미치지 못하였으며 한국은행이 조사한 기업들의 경기전망 지수도 지난해 8월 이후 지속적으로 낮아져 금년 1월 들어서는 84까지 하락하였다.
하지만 국내 경제의 경우 불안한 심리지표와는 달리 실물경제지표는 비교적 양호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우선 1월중 수출은 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전년동월대비 27.3% 늘어난 145억달러를 기록하여 역대 1월 실적중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였다. 소비는 증가세가 다소 둔화되고는 있으나 이는 지난해 소비수준이 높았던 데 따른 반사효과에 상당부분 기인한 것으로 현재로서는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1월중 제조업 생산활동은 지난해 12월의 9.8%라는 신장세 보다는 부진했던 것으로 보이지만 설 연휴 등 계절적 요인을 감안하면 2월 들어 다시 회복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전국 평균 성장률을 하회하던 전북지역의 제조업 생산이 지난해 12월 11.3% 증가하여 전국 평균을 넘어선 점은 주목할 만 하다.
사실 최근 대내외 경기의 불확실성은 주지하다시피 미국의 대이라크 전쟁 가능성 고조와 북한 핵문제의 돌출 등 경제 외적인 요인에 크게 기인하고 있으며 이는 지난해 말부터 이미 제기되었던 문제들이다.
따라서 최근의 유가 및 환율 움직임에 적절히 대처한다면 우리 경제가 심리적 불안감으로 인한 소비 및 설비투자 위축과 그에 따른 생산감소라는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불안심리에 동요말자
다만 유가 상승과 해외여행 증가 등으로 경상수지가 악화되고 시중자금의 지나친 부동화와 일부 부유층의 금사재기 등 투기로 불안감이 확산될 경우 거시경제지표의 불균형이 심화되면서 정책적 대응이 어려워지는 상황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불안심리에 부화뇌동하기보다는 에너지 절약의 생활화로 일시적인 유가 상승의 충격을 완화하고 계획성 있는 소비를 통해 급격한 경기하강을 방지함으로써 성장의 버팀목이 되어주는 가계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정부도 과거 내수 진작을 위한 정책 수행과정에서 발생한 신용카드 남용, 급격한 가계부채 증가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건전한 소비생활을 유도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윤승일(한국은행 전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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