胡馬依北風하고 越鳥巢南枝라
호마의북풍 월조소남지
북쪽 오랑캐 땅에서 온 말(胡馬)은 북풍에 의지하고 남쪽 월 지방에서 온 새는 남쪽 가지에 둥우리를 튼다.
한 나라 때 작가 미상의 고시 19수 중 〈행행중행행(行行重行行:걷고 또 걸어〉이라는 시에 나오는 말이다.
요즈음이야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지 갈 수 있고 또 언제라도 전화를 걸어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지만 60년대만 하여도 우리는 떠나온 고향을 찾아가기도 쉽지 않았고 집배원이 들고 오는 편지가 아니면 소식을 전해들을 길도 없었다. 그 시절, 집배원이 들고 오는 편지는 얼마나 반가운 것이었던가?
그리고, 당시에는 돈을 벌어오겠다며 떠나온 고향을 향해 아직 돈을 벌지 못하여 돌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부르는 슬픈 망향의 노래도 많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고향이 그리워서 우는 사람은 거의 없다. 특히 젊은 세대들에게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라는 말 자체가 동화에나 나오는 말로 들릴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고향은 그리움의 대상이다. 우리에게는 아직도 가지 못하는 고향, 북녘 땅이 있고 피눈물로 이산 가족의 상봉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
북풍에 의지하는 호마처럼, 남쪽 가지에 둥지를 트는 월조처럼 '북쪽'이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뭉클하는 사람들이 있다. 내게 고향이 그리워 울 일이 없다고 해서 남의 마음까지 헤아리려 하지 않아서는 안 된다. 우리는 아직도 모두가 이산가족임을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금강산 가는 길이 뚫렸으니 이제 평양에 가는 길도 시원하게 뚫렸으면 좋겠다.
胡:북쪽 오랑캐 호 依:의지할 의 越:월나라 월 巢:둥지 소 枝:가지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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