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태어나 살고 있는 이 땅, 전라도. 전북과 전남을 아울러 호남으로 불리우는 이 땅과 사람들은 어떤 역할과 지위로 남아있을까.
전라도는 기름진 땅에서 생산되는 곡식으로 이 나라를 먹여 살려왔고, 국난 때에는 의병을 일으켜 나라를 지키는데 앞장서 왔던 곳. 그러나 역사적으로 승자의 편 보다는 패자의 편에서 소외감과 박탈감을 삭혀야 했던 땅이기도 하다.
전라도 땅에 점철됐던 영광과 좌절의 역사, 그 역사를 관통하는 민중의 삶과 의식을 추적한 책이 나왔다. 원광대 나종우 교수(57·사학과)가 펴낸 '전북의 역사와 인물'(원광대학교 출판국)
"진정한 향토 사랑은 그 향토의 뿌리를 아는데서 출발한다”고 강조해온 나교수가 전라도 역사의 가치를 다시 새기는 마음을 담아 지난 20년동안 이어온 연구결과와 논문을 가려 뽑아 묶은 책이다.
백제 최후의 결전장인 주류성과 백강을 고찰한 논문부터 임진왜란 당시 호남의병의 활약상을 정립한 글, 정치사적 관점이 아닌 실학사상에 의한 정신사적 연원을 따진 동학농민혁명 다시 보기까지 고대부터 근대에 이르는 전라도 역사가 이 글속에서 되살아난다.
특히 눈길을 끄는 논문은 '동학농민혁명의 정신사적 조명'.
"전라도는 타지역보다 실학사상을 빨리 받아들여 민권의식이 강했습니다. 부안을 무대로 한 '허생전'과 '홍길동전'이 18∼19세기 민중문화가 전라도를 배경으로 싹텄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이러한 민중문화가 동학농민혁명으로 이어졌다는 고 나교수는 말한다.
'전주사고 정신의 현대적 계승 방안'에서는 "조선왕조실록을 지켜낸 전라도 선비정신은 오늘 우리에게 기록 보존을 통한 민족문화의 주체성 확립이라는 과제를 안겼다”고 분석하고 기록보존의 주체성과 오늘의 자료를 새로운 매체에 담아 후대에 전수하는 작업을 전주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전라도를 빛낸 인물 탐구도 이채롭다. 반계 유형원은 민중을 역사의 주체로 파악하고 민권사상에 주목한 학자로, 허균과 정신적인 사랑을 나누었던 매창을 '만인의 애인'으로 일컬었다. 전주출신으로 구한말 유학자였던 금재 최병심 선생을 배우고 익힌 것을 몸소 실천한 '지행합일의 학자'로 칭한 나교수는 김성수, 백관수, 김인후, 김구 등의 일생과 업적도 추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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