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제 친구 甲은 몇 일전 밤 늦은 시간에 승용차를 운전하고 귀가하다 도로를 무단횡단하던 乙을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들이받아 전치 4주의 상해를 입혔습니다.
제 친구는 즉시 乙을 인근에 있는 병원으로 후송한 후 접수창구 의자에 앉히고 접수직원에게 "교통사고를 당한 피해자이니 치료를 잘 부탁한다. 날이 밝으면 다시 오겠다"라고 말한 후 접수직원에게 연락처를 남기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경찰서에서 조사할 것이 있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제 친구는 피해자를 병원으로 후송하였고 병원창구에 연락처도 남기고 잠시 집으로 돌아왔는데, 경찰에 신고를 하지 않은 것 때문에 혹시 뺑소니사범으로 처벌받게 되는 것은 아닌가요.
답
자동차를 운전하다가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하거나 물건을 손괴하는 교통사고를 낸 경우, 운전자는 즉시 정차하여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습니다(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
만일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때에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이하 '특가법'이라 한다)에 의하여 가중 처벌받게 됩니다(특가법 제5조의3 제1항).
여기에서 특가법 제5조의3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때"라 함은 사고운전자가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을 인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에 규정된 의무를 이행하기 이전에 사고현장을 이탈하여 사고를 낸 자가 누구인지 확정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하는 경우를 말합니다(대법원 2002. 2. 8. 선고, 2001도4771 판결).
위 사례에서 논점이 되는 것은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자신의 연락처를 알리지 않고 병원의 접수창구직원에게만 연락처를 알려주고 귀가한 행위가 특가법 제5조의3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도주행위에 해당하는가의 여부입니다.
이에 관하여 대법원은 "교통사고 야기자가 피해자를 병원에 데려다 준 다음 피해자나 병원 측에 아무런 인적사항을 알리지 않고 병원을 떠났다가 경찰이 피해자가 적어 놓은 차량번호를 조회하여 신원을 확인하고 연락을 취하자 2시간쯤 후에 파출소에 출석한 경우, 특가법 제5조의3 제1항 소정의 '도주'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1999. 12. 7. 선고 99도2869 판결).
따라서 위 사례의 경우 귀하의 친구가 피해자 甲을 병원에 후송하고 자신의 인적사항을 직접 알리지는 않았지만 병원직원에게 알리고 집으로 돌아갔기 때문에 사고를 낸 자가 누구인지 확정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한 경우에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결론적으로 甲의 행위는 특가법 제5조 제1항의 도주에 해당하지 않으며 甲은 뺑소니사범으로 처벌받지 않습니다.
/서거석(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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