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가 없어요. 배우가…. 하루 이틀 그런 것도 아니지만 올해는 유난히 힘드네요.”
도내 민간극단 대표들의 이구동성(異口同聲)이다. 지역 연극의 고질적 병폐로 지적돼 온 문제지만 올해는 '배우 구하기'가 이전보다 훨씬 더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전북연극제(4월 15일∼20일)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배우기근이 던진 문제의 파장은 예상보다 크다.
올해 연극제는 '상봉'(창작극회) '하얀 목련'(토지) 등 창작초연 두 작품과 '사로잡힌 영혼'(명태) 등 전국연극제 등을 통해 작품성을 인정받은 수작들이 무대에 올려질 예정이지만 예년과 같은 풍성한 상차림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19일까지 전북연극협회에 참가의사를 밝힌 단체는 '명태'(대표 최경성) '창작극회'(대표 류경호) '토지'(대표 최솔) '하늘'(대표 조승철) '황토'(대표 박병도) 등 다섯 극단.
각 극단 대표들은 연극제 참가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실제로 배우확보가 쉽지 않아 참가여부와 작품선정에 대한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기획·조명·무대 등 스탭 확보는 엄두도 못 낼 상황.
현재까지 참가의사를 밝힌 극단 중에는 아직 작품을 최종 확정짓지 못한 극단도 있고, 작품을 확정한 극단들도 출연배우의 수가 적은 작품을 선정했거나 출연배우를 다 꾸리지 못해 리딩 단계(작품 읽기)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12∼15명의 배우가 필요한 '창작극회'와 '명태'는 4∼6명 정도의 배우가 섭외 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연극제 개최시기를 늦추는 방안도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지만 올해 충남 공주에서 개최되는 제21회 전국연극제가 6월 12일로 앞당겨지면서 전국연극제 예선을 겸하는 이번 연극제를 미룰 수도 없는 상황이다. 또 지난해 전북연극제, 전국연극제, 소극장연극제 등 활발했던 연극 행사들로 인해 높아진 관객들의 기대도 큰 부담이다.
이번 문제는 올해 초부터 계속된 전주시립극단(상임연출 장성식)의 내부갈등이 큰 영향을 줬다. 지금껏 도내 연극은 일정한 수입이 보장되는 관립극단 배우들에게 많은 부분 의존해온 것이 사실. 전북연극제와 정기공연 작품 연습에 쏟아야했던 지난 겨울, 민간극단 측과 시립극단 단원들간에 작품에 대한 논의나 섭외가 쉽게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달 초 시립극단 문제가 진정국면에 들어섰지만 단원들은 예년과 달리 올해 전북연극제에 적극적인 참여의사를 밝히지는 않았다. 때문에 각 민간극단들은 연극일선에서 물러나 있는 예전 배우나 타장르 예술인을 섭외 하는 등 자구책을 모색하고 있다.
도내 연극계는 "민간극단의 적극적인 자립의지가 필요한 때”라며 이번 연극제가 전북연극의 현실을 제대로 진단하고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북연극협회는 다음주 초 극단 대표자 회의를 거쳐 전북연극제에 출연하는 극단과 일정 등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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