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성 있는 영화, 대중성 확보
올해 영화들은 대부분의 영화들이 감독들의 주관적인 이야기나 개인사를 담은 듯 하지만 역설적으로 관객들이 감독의 고민과 사고를 공감할 수 있는 '보편성'에 이르는 영화들인 점이 특징이다.
'아시아독립영화 포럼'에는 아시아 곳곳의 나라가 처한 사회적 현실에 대한 진지한 고민부터 극도의 사적 관심까지 그 스펙트럼이 다양하고, 세계영화의 흐름을 간파할 수 있는 '시네마 스케이프'도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부터 절제된 형식미를 통해 내용을 심화시키는 진보적인 영화로 채워진다.
영화제의 대중성 확보는 '어린이 영화궁전'과 '야외상영 한국영화축제'가 앞장선다. 영화제가 진정한 의미에서 '모든 이들의 축제'로 자리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어린이 영화궁전'에는 애니메이션 '스튀레와 피카소의 모험'(감독 페르 욜린)과 극영화 '개구리 왕자'(감독 다그마르 히르츠) 등 4편을 소개한다.
고사동 영화의 거리에 마련하는 야외상영장에서 이어지는 '한국영화축제'는 지난 한해와 올해 상반기 중 화제를 불러일으킨 '이중간첩'(감독 김현정) '품행제로'(감독 조근식) 등 8편을 상영한다.
세계 각국 영화 '다 있네'
올해 영화제의 특징은 어느 한 영역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다양한 상차림'이다. 상영되는 영화는 모두 1백70여편. 지난해 2백40여편보다 줄어들었지만 각 국별 작품은 다양해졌다. 특히 '아시아독립영화포럼'에서는 지금까지 주목하지 않았던 타지키스탄 등 중앙아시아권을 비롯해 이란 등 중동권 영화가 대폭 늘었다.
또 멕시코 등 남아메리카의 영화들, 특히 세계적인 거장의 작품세계를 조망하는 '오마주'에 브라질의 시네마 노보 운동을 주도했던 글라우버 로샤 감독(1938∼1981)을 초대한 것이 눈길을 끈다.
'다큐멘터리 비엔날레' 역시 다른 일상을 쫓아가는 한국식 다큐와는 다른 북구, 특히 덴마크의 다큐멘터리가 파노라마 처럼 펼쳐진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가 덴마크의 다큐에 주목하는 배경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전주만의 특별함이 있다
부산과 부천, 광주 등 국내 국제영화제에서는 볼 수 없는, 전주만의 특별 프로그램은 역시 '디지털 삼인삼색'. 여기에 올해는 '필름 메이커스 포럼'과 '전주 소니마주'가 가세한다.
올해 처음 신설된 '필름 메이커스 포럼'은 감독 뿐아니라 영화를 만드는 제작진들에게 존경을 보내고 대화를 나누는 장이다. 아이러니한 코미디를 만들어 온 프랑스의 로랑스 페레이라 바르보사와 중국의 닝잉 등 여성감독 2명을 초대했다.
'전주 소니마주'는 영화와 음악의 만남을 시도하는 특별 섹션이다. 영화에 내재된 음악성과 콘서트를 통해 연주될 음악의 조우하는 이 자리에는 칼 테오도르 드레이어 감독의 '뱀파이어'등 무성영화 2편에 즉흥연주가 얹어진다.
전주국제영화제의 상징인 디지털 삼인삼색은 박기용, 아오야마 신지, 바흐만 고바디 감독 등 3명이 초대돼 디지털을 통해 사적인 기억과 현실의 문제를 되짚는다.
눈길 끄는 다큐멘터리 비엔날레
다큐멘터리 비엔날레는 애니메이션과 함께 격년제로 열리는 전주국제영화제의 특별섹션.
지난 2001년에 이어 두번째로 열리는 이번 다큐멘터리 비엔날레는 동전의 양면성과 같은 '허구'와 '사실', 그리고 그 축이 되는 '작가의 시선'에 초점을 둔 영화들을 선보인다.
지난 한해동안 세계에서 만들어진 작품을 통해 다큐멘터리의 경향을 알아보는 '다큐멘터리, 오늘'을 비롯해 극영화 감독들이 다큐를 제작하는 신선함을 느낄 수 있는 '7인의 다큐기행'이 마련되고 일본 자본주의 성장기에 필연적으로 발생한 정치 사회적 모순을 다큐멘터리 운동을 통해 해소한 치모토 노리아키 감독의 작품을 일별하는 회고전도 열린다.
픽션보다 더 아름다운 작품으로 평가받는 덴마크 다큐멘터리 스페셜은 볼거리. 체계적인 국가의 지원에 힘입어 성장한 덴마크 다큐들이 지닌 미술 음악 문학 등 타 장르와의 교감을 맛볼 수 있다.
아쉬움 남는 한국영화
올해 상영작 가운데 한국영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단편영화를 제외하면 개막작을 비롯해 야외상영 8편, 시네마스케이프 3편, 그리고 아시아독립영화포럼 1편 등에 불과하다. 또 이미 관객들이 한번 쯤 보았을 개봉작들이 대부분이어서 신선도가 떨어진다.
정수완 프로그래머는 "영화제 기간이 영화제작 비수기와 맞물려 미개봉작을 초청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실제 상영작 섭외 대상에 올랐던 '장화홍련'이나 '바람난 가족' '4인의 식탁'등이 아직까지 후반작업 중이어서 초청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개봉작 출품을 원칙으로 하는 칸느영화제의 개최시기가 전주국제영화제에 앞서 있는 것도 국산 미개봉 작품이 전주로 발길돌리는 것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다. 지난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도 칸느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뒤에야 전주 출품을 확정하기도 했다.
경쟁부문인 '아시아독립영화포럼'에서 우석상을 수상한 작품이 폐막작으로 선정됐던 지난해와 달리 폐막작을 미리 선정한 것도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전주국제영화제를 대표하는 영화를 관객들이 다시 볼 수 있는 기회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조직위는 "폐막작이 알려지지 않아 티켓 판매가 어려운데다 한번 본 영화를 또 상영하게 되면 관객들이 식상하게 생각해 폐막식 상영작품 선정을 달리하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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