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는 영화제를 못할 것 같아요. 사람이 없어서…”
이 말을 들은 지 꼭 1년만이다. 못내 아쉽다는 표정과 함께 뒤돌아섰던 그들이 다시 뭉쳤다. '독립영화! 광장에서 서다'라는 깃발 아래서.
평소 산업일꾼으로 일하다 유사시 군복으로 갈아입고 국방의무를 다하는 향토예비군처럼 '영화가 좋아'서 자발적으로 모인 이들은 제3회 전주시민영화제(JCFF) 스탭들.
조시돈 조직위원장(44)을 비롯해 이정현 사무국장(35) 김정석 프로그래머(32) 이세리 사무차장(24) 김진희 프로그램팀장(24) 이미경 홍보팀장(30) 유영수 기술팀장(33) 이선화 웹프로그래머(33) 윤강로 기획진행팀장(29) 등 9명이다.
"고마운 마음뿐이죠. 때가 되면 얼굴을 내밀고 영화제를 튼실하게 꾸미는데 앞장서니까요. 지금까지 영화제를 두 번 치른 만큼 조직도 더 안정되고 체계화됐습니다.”
올해 조직위 구성을 프로그램팀과 홍보팀, 기술팀, 진행팀 등 4개팀으로 세분화했다는 조위원장은 탄탄하고 유기적인 조직력이 올 영화제의 성공을 이끌 것이라고 확신했다.
세차례 연속 위원장을 맡고 있는 그를 비롯해 이정현 사무국장과 김정석 프로그래머는 시민영화제를 이끄는 '삼두마차'로 통한다.
지난해 부터 영화제 살림살이를 책임지고 있는 이 국장은 낮에는 환경운동연합 기획팀장으로 일하며 '전북환경 지킴이'로, 밤에는 영화제 활동해 하루가 짧을 정도로 분주하다. 전주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으로 있는 김 프로그래머는 1회 영화제부터 프로그래밍에 열정을 쏟아온 '독립영화 일꾼'이다.
각 팀을 이끌어가는 팀장들도 낯익은 얼굴들. 기술팀을 맡고 있는 유영수씨는 홍보팀과 기술팀을 번갈아가며 영화제를 지켰다. 올해 영화제 리더필름을 직접 제작하고 있는 유팀장은 현재 청소년자유센터에서 만화를 가르치는 만화교사다.
윤강로 기획진행팀장은 영화제의 '숨은 보석'이다. 전주독립영화협회 사무차장으로 있는 그는 지난해부터 김프로그래머와 함께 영화제를 꼼꼼하게 준비했다. 올해는 전주국제영화제 디지털워크숍 라인프로듀서를 맡아 몸이 두 개라도 부족할 지경이지만, 기획부터 포스터 붙이기 까지 모든 일처리를 도맡는 멀티플레이어다.
시민영화제의 여성파워도 만만찮다. 대학 졸업반인 김진희 팀장(전주대 영상미술학부 4년)과 전북대 사회대학원 졸업 논문을 준비중인 이미경 팀장은 1회부터 스탭으로 참여한 고참. 바쁘지만 영화제는 '우리 손'으로 일군다는 게 이들의 한목소리다.
전주대 영상미술학부 조교로 있는 이세리씨는 사무차장을 맡아 이 국장을 측면 지원하고 있고, 웹프로그래머 이선화씨는 정읍 학산여고 전산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경험을 바탕으로 영화제 홈페이지를 꽃단장했다.
영화제를 준비하는 손이 부족한 이들에게 든든한 원군들도 속속 가세했다. 지난달 자원활동가 모집을 통해 선발한 단기 스탭이 그들. 전주국제영화제와 세계소리축제, 월드컵에서 자원봉사한 경력이 있는 김태승(26) 고지영(32) 양세정(21)씨 등 9명이 참여하고 있다.
'주경야독(晝耕夜讀)'의 정신으로 영화제를 가꾸고 있는 이들은 스탭의 책임감 부족과 전문성 결여는 더이상 발붙일 곳이 없다고 강조한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스탭회의를 갖고 있습니다. 영화제 기획부터 세세한 예산 항목까지 함께 공유합니다. 스탭 모두가 영화제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추진하는 것 만큼 '내일'이라는 책임의식이 가득합니다.”
영화제 개막일인 27일까지 남은 시간은 겨우 1주일. 하지만 지난 8∼9일 무주에서 워크숍을 열고 영화제 준비에 열과 성을 쏟아온 덕분에 영화제 개막 전선에 먹구름은 없다. 지난달 이미 구성을 마친 프로그램도 지역 경선부문인 '온고을 섹션'과 국내외 작품을 초대하는 '프로포즈 섹션' 등 2개로 단촐해진 느낌이지만 '프로포즈 섹션'에 독립영화 감독주간과 레스페스트 섹션이 추가돼 오히려 상영작은 풍성하다.
시민영화제를 일부 영화매니아만의 작은 영화판이 아닌 시민들을 위한 축제로 만들겠다며 뭉친 이들의 의기투합이 환한 봄꽃으로 피는 날이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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