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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현교수의 판소리 길라잡이] 심청가는 딸 팔아먹은 이야기?

 

 

판소리는 대체로 설화를 기본 줄거리로 하고 있다. 우리 민족 내부에서 오래 동안 전승되어 온 설화를 기본 뼈대로 하여, 여기에 구체적인 세부를 당대의 현실에 맞게 만들어 넣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기본 줄거리와 당대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구체적인 세부 사이에 균열이 있다고 한다. 국문학자 조동일은 일찍이 기본 줄거리가 표방하는 주제를 표면적 주제라고 하고, 당대 현실을 반영하는 구체저인 세부를 통해서 표현되는 주제를 이면적 주제라고 하여, 판소리를 두 개, 혹은 그 이상의 주제를 가진 작품이라고 한 바 있다. 그런데 당대 현실이라는 것은 끊임없이 변한다.

 

따라서 이를 반영하는 이면적 주제 또한 끊임없이 변한다고 할 수 있다. 앞에서 [춘향가]의 역사적 변화를 살피면서, [춘향가]가 인간 해방이라는 주제로부터 선남선녀의 사랑이야기로 변모하고 있다고 한 바 있는데, 이 또한 이면적 주제는 변한다는 사실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런데 [심청가]는 기본 줄거리가 처음부터 고정되어 있었던 것이 아니라, 확장되어 왔다는 견해가 많다. 즉, [심청가]는 본래 심청이가 물에 빠져 죽는 데서 끝나는 이야기였는데, 후대에 환생하여 황후가 되고, 심봉사를 만나며, 심봉사가 눈을 뜨게 된다는 이야기가 첨가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렇듯 본래 있던 이야기에 새로운 부분이 덧보태지면서, [심청가]는 마치 두 개의 작품처럼 앞부분과 뒷부분이 어긋나게 되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심청가]의 앞부분은 매우 현실적인 데 반해, 뒷부분은 환상적이어서 이러한 주장의 타당성을 높이고 있기도 하다.

 

사실이 그러한지, 그렇지 않은 것인지는 좀 더 깊이 따져 봐야 할 것이지만, 일단 이러한 견해를 수용하면, [심청가]의 주제가 혼란스럽다는 문제는 해결이 된다.

 

그렇다면 [심청가]의 본래 이야기는 무엇이었는가? 판소리가 당대 현실을 철저하게 반영하는 장르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심청가]는 본래 '딸 팔아먹은 이야기'라고 한다. 가난한 사람이 가난에 못 이겨 딸을 팔아먹은 이야기였는데, 여기에 이런 저런 자세한 이야기들이 덧붙고, 유교 윤리에 의해 윤색이 되면서 요즘에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심청가]가 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옛 기록에는 가난하여 딸을 팔아먹은 이야기들이 많이 등장한다. 딸을 세금 대신으로 바치기도 했으며, 구휼미를 못 갚아 대신 딸을 바쳤다고 하는가 하면, 북쪽의 백성들은 옷이 없어 옷 한 벌 값에 딸을 팔면 이웃에서 축하를 해준다는 기록까지 등장한다. 이러한 현실이 [심청가]에는 어느 정도 반영이 되었을 듯 싶기도 하다.

 

어떻든 자식을 죽음으로부터 구하지 못한 심봉사가 도덕적으로, 또는 양심적으로 떳떳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심청가] 끝부분에서, 맹인 잔치에 참례한 심봉사를 황후가 찾는다고 하자, 심봉사는 '내가 딸 팔아먹은 죄가 있다'고 하는 것이다.

 

/군산대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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