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승진 전쟁중이다. 자기가 살아 남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죽여야하는 전쟁에 비유하는 것이 지나칠지 모르겠으나 이렇게 비유하는 것이 가장 타당할 것 같다.
현재 교육은 총체적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그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교육 내부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면 치열한 승진 경쟁이 그 하나이다.
'나 수업하지 않으려고 승진했다'라고 거침없이 말하는 어느 교감선생님. 교직생활을 함께 하는 동료로서 자괴감을 느낀다. 물론 어느 조직이나 경쟁을 통한 승진이 필요하다. 그러나 요사이 학교 현장에서 초등·중등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갓 발령 받은 신임교사까지 승진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도 높다. 관심 정도가 아니라 그릇된 삶의 목표가 되어 버린 것이다.
승진이 무엇인가? 교사는 교실에서 학생들을 마주하면서 수업을 해야 그 존재의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닌가? 그 곳에서 보람을 먹고사는 존재가 교사 아니던가? 그런데 지금 학교 현장에서는 어떻게 해서든지 빨리 승진하여 교사로서의 존재를 스스로 잊고자 한다.
승진하고자 하는 교사들을 가장 옭아매는 것은 근무평점(근평)이다. 2년 연속 일등 '수'를 맞아야 하는 근무평점 때문에 수업이나 학생 생활지도보다는 관리자에게 때론 맹목적인 충성심을 보여야 한다. 근무평점은 수업 잘한다고, 학생 잘 지도한다고 주는 것이 아니니까. 근무평점 때문에 경쟁관계에 있는 동료와 사생 결단을 내는 일도 종종 볼 수 있다.
또 연구점수 맞겠다고 시범학교(연구학교)를 운영한다. 승진자들은 시범학교를 찾아 전보내신을 하고 그 학교에 발령 받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시범학교를 운영하는 구호도 거창하다. 시범학교를 한번 운영하면 그야말로 학교 교육이 완전히 바꿔지는 양 호들갑을 떤다.
수업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자기 주도적인 학습을 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학생들에게 자율학습 시키고 심지어는 수업을 전폐하다시피 하면서 시범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연구 보고서도 내고, 학습 자료 실적물도 전시한다. 여기 저기서 짜깁기하여 제출한 연구 보고서, 학습 자료 실적물이 1등급이니 3등급이니 하는 점수로 만들어진다.
순회교사제도도 마찬가지이다. 순회교사는 전공교사가 자기과목을 지도해 농·어촌 지역 소규모 학교 교육 정상운영을 돕고자 하는 취지에서 실시되고 있다. 그런데 지금은 수당지급과 전보·승진 가산점을 준다고 하니 심하게는 자기 전공교과 일부를 비전공 교사에게 부담시켜 가면서까지 순회를 가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연수도 마찬가지다. 연수는 교사에게 있어서 변화하는 교육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 필요하고 중요한 덕목이다. 그런데도 승진에 필요한 점수를 잘 맞기 위하여 같은 연수를 몇 차례나 받는가 하면, 점수를 잘 맞을 수 있는 연수기관을 기웃거리기도 한다.
교사가 존재하는 이유는 학생이 있기 때문이다. 학생과 더불어 교단에 서서 정년 할 때까지 수업하는 교사가 대접받고 보람을 찾는 교육현장이 되었으면 정말 좋겠다. 현재의 승진제도를 순환보직제도로 바꾸는 것도 교육환경에 새살이 돋게하는 방법일 것이다. 교육개혁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실행으로 얻어지는 것이다.
/이상훈(진안여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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