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쓰한 봄햇살이 곱게 내려 앉은 2일 오후 소리전당 명인홀. 봄바람을 타고 흘러나오는 우리 음악이 동물원으로 꽃구경가는 나들이객의 귀를 솔깃하게 한다. '금요국악예술무대'를 준비하는 도립국악원 예술단의 신명이 담을 넘어 관객들을 유혹하는 연습 덕분이다.
무용단은 작은 북의 울림과 몸짓이 어우러지는 흥겨운 춤판을, 관현악단은 다양한 국악기가 빚어내는 실내악을, 창극단은 봄내음 물씬 머금은 민요 연습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무용단 이은하씨(27)는 "도민과 만날 수 있는 무대가 있다는 것 만으로도 기뻐서 아침부터 이어지는 연습이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며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2년 가까이 이어진 노사갈등으로 봄이 와도 봄을 느끼지 못했던 도립국악원 예술단이 2003년 봄, 기나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
지난달 26일 단체협상을 타결한 노사가 도민과 함께 하는 국악원으로 거듭나기 위해 여는 '금요국악예술무대'. 4일부터 매주 금요일 오후 7시 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에서 여는 상설공연이다. 그동안 주춤했던 국악원 예술단 공연활동을 본격적으로 재개하고, 지난 2000년 10월을 끝으로 중단됐던 상설공연을 2년 6개월만에 부활하는 의미가 적지 않다.
국악원의 위상을 되살리겠다는 단원들의 의지가 담긴 상설 공연은 크게 봄(4∼6월) 가을(9∼11월)로 나누어 열린다. 여름과 겨울은 상설무대 대신 '청소년을 위한 방학 특선'이나 정기공연 등을 기획, 도민의 친근한 이웃으로 거듭나는 담금질을 연중 지속한다는 구상이다.
김정수 공연기획실장은 "주5일 근무제가 확산되고 있는 요즘 추세에 맞춘 금요일 상설 무대는 새로운 공연문화 창출을 위한 새로운 시도가 될 것”이라며 "창극단과 무용단, 관현악단 등 3개 예술단의 특성이 담긴 프로그램을 매주 차별화해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누구에게나 관람의 기회가 열려 있는 '금요 국악예술무대'의 특징은 △테마별로 기획하고 차별화한 프로그램 △전통의 숨결에 현대감각 가미 △친근하면서도 수준 높은 공연 등 3가지. 테마별 기획과 차별화는 각 예술단 특성이 도드라지는 춤무대와 유파별 산조 감상, 판소리 다섯바탕의 멋에서 엿볼 수 있으며,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전개하는 가족음악회와 어린이 무대 등 어린이부터 전문가에 이르기까지 모든 관객층에게 우리 음악과 춤이 친근하게 다가가도록 프로그램을 풍성하게 장만했다.
또 전라도의 맥을 잇는 우리 소리와 춤을 공연의 중심에 두면서도 영화음악을 비롯한 퓨전음악을 선보이거나 창작무용을 통해 무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계획이다.
예술단의 힘찬 첫 출발을 알리는 4일 무대는 전통 춤과 음악이 하나되는 국악잔치. '가무악(歌舞樂)의 향연'을 주제로 각 예술단이 화합의 메시지를 담아 전달하는 자리다.
무용단의 춤과 역동적인 북소리가 어우러진 '삼고무'가 무대를 열고, 가야금병창 '춘향가 중 갈까부다'가 신명을 더한다.
실내악곡 '마지막 선물'(작곡 이경섭)은 봄꽃의 감미로움으로 시작, 축제의 흥과 재미로 이어지는 듯한 선율을 선사하고, 타악 솔로를 위한 협주곡 '타'(작곡 이경섭)는 빠른 박자로 관객들의 어깨춤을 유도한다. 봄을 노래하는 민요무대도 마련된다. 창극단은 민요 '봄노래'와 '각시풀' '너도가고'등을 잇따라 부른다.
80여분 동안 이어지는 공연의 마지막은 무용단의 역동적이면서도 화려한 소고춤이 장식한다.
무용단 김미숙 단장직무대리는 "금요 상설무대는 노사갈등을 털어내고 예술단원 모두가 예술인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도민들과 만나는 자리”라며 "아침부터 저녘 늦게까지 연습한 만큼 수준 높은 공연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의 '금요 국악예술무대'는 11일과 25일, 봄내음 가득 담은 전통 춤무대 '봄, 춤'과 관현악단이 꾸미는 '산조류파별 감상의 밤'이 이어지며 다음달에는 '가족음악회'와 '판소리 다섯바탕의 멋' '화음과 어울림' 등 어린이는 물론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즐길 수 있는 무대가 다섯차례 마련된다. 6월에도 우리 민요의 멋을 느낄 수 있는 민요무대와 단막창극 '놀부전'이 열린다.
금요 상설공연이 열리는 날에는 셔틀버스가 운행돼 도민들이 공연장을 찾아오는 편의를 제공한다. 공연 시작전인 오후 2시30분터 오후 6시 30분까지 한시간 간격으로 공설운동장 정문에서 출발하며, 공연이 끝난 뒤에도 운행된다. 063)254-2391, 252-1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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