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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산업 전문가 3人, "영화 촬영 유치가 영상산업의 전부라고?"

 

 

각 자치단체가 영상산업의 장미빛 희망을 꿈꾸며 영화 촬영지 제공에 앞장서있는 환경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다. 영상산업에 대한 개념과 실행계획의 차별화나 구체적인 전략없이 당장 눈앞의 수익만을 추구하는 정책으로는 영상산업 기반을 구축하고 활성화하는데 실패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문화예술전문지 '문화저널'이 4월호 특집으로 마련한 '전북 영상산업의 미래-영상도시에 장밋빛 희망을 걸었다'에서 김건(전북대 영화학 강사) 김영혜(우석대 교수) 서동진(전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씨 등 전문가들이 전북 영상산업 오늘을 진단하면서 그 방향을 제대로 설정할 것을 주문해 관심을 모은다.

 

영상산업을 통한 수익 증대만을 노리는 미시적 전략보다는 영상분야에 관심있는 인력들이 지역에 뿌리내릴 수 있는 인프라와 환경을 갖춰나가는 정책을 다지는 것이 장기적인 가능성을 열어가는 기반이 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우석대 김영혜 교수는 '촬영장 유치가 영상산업의 전부 아니다'는 글을 통해 자치단체들이 영화제 또는 영화촬영 유치를 통해 영상관련 산업을 일으키고 지역경제의 어려움을 타개해나가려는 것은 지나치게 안이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헐리우드처럼 영화제작을 위한 전 과정을 소화해낼 만한 인프라를 구축하지 못하는 이상, 영화 몇편을 찍은 촬영장소라고 해서 그것이 곧바로 영상산업의 구축이나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주장.

 

김교수는 특히 전북이 영상산업을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려 한다면 그 가능성은 "전주국제영화제나 전주시민영화제 등 크고 작은 영화제들을 잘 가꿔 칸이나 베니스 처럼 지역이미지를 제고시켜 전주·전북을 세계적인 관광휴양지로 만드는 것”에 있다고 밝혔다.

 

전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인 서동진씨도 영화촬영 유치에 대해 조언했다. 일본의 유바리처럼 도시 전체가 인공적인 세트가 되거나 미국 LA에 근접한 헐리우드가 되지 않는 한, 영화산업과 지역 사회의 행복한 만남은 매우 어렵다는 것이 그의 분석.

 

서씨는 전주를 비롯, 전북 지역의 여러 자치 단체가 영화산업을 지역발전 전략으로 추진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임차지화 현상'을 우려했다.

 

'모래시계'로 유명해진 뒤 도시의 자본에 잠식당해 임차지로 전락한 정동진을 예로 든 그는 임차지화 현상은 지역의 경관과 토지가 도시로부터 몰려든 자본에 임대되는 단순함을 넘어 지역주민들이 사라지고 관광객들과 뜨내기들로 채워지는 과정이라고 소개했다.

 

지역민의 정체성이 사라진 장소는 말 그대로 '없는 장소'가 된다는 서씨는 영화산업과 지역 재발전 전략이 결합하는 방식은 지역사회가 영화산업의 임차지화되는 결과를 막고, 지역 주민들이 그 산업의 직접적인 생산과정으로부터 소외되는 현상을 극복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김건씨의 주장도 눈길을 모으는 내용. 그는 영화제작 시스템은 이미 조성중인 부안을 중심으로, 전문영화교육은 전주를 중심으로 차별화해 전북의 영상산업을 이끌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부안 영상테마파크의 경우 '장소 마케팅'개념을 적용해 촬영세트장 뿐아니라 변산반도 등 천혜의 자연조건과 연계한 관광객 유치, 즉 장소의 브랜드네임을 통해 지방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전략이 필수적이라는 것.

 

전주의 경우는 영상산업의 물적 기반도 중요하지만 씨네마테크와 연계한 지역영상인력의 인적기반 조성 등 영상교육환경을 특화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특히 지역영화인 육성을 위한 전문적인 영화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김씨는 그 대안으로 '영상고'같은 특성화고교나 전문영상대학원 설립을 제안했다. 이와 함께 아마추어 영상물 제작 활성화 등 영상산업 마인드 확산을 강조한 그는 지역주민의 자발적인 참여와 관심은 영상산업의 주된 추진동력이라고 밝혔다. 

 

자치단체가 적지 않은 공력을 쏟고 있는 영상산업은 앞으로 전북문화의 지형도를 바꾸어 놓은 중요한 컨텐츠. 그러나 지역 영상인프라와 지역민 주민의 이해를 고려하지 않거나 곳곳에 숨겨진 문화콘텐츠를 효율적으로 묶어낼 체계적인 정책을 갖추지 않는 채, 성급하게 산업화만을 좇는 자세는 자치단체들이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정책수립과 재정투자, 영상에 대한 지역민의 이해와 상시적인 접근, 영상관련 종사자들의 안정적 정착을 위한 인프라 구축만이 영상산업의 성공을 견인하는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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