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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사람] '낙동강역사문화탐사' 펴낸 신정일씨

 

 

그는 공원 안 나무의자 깊숙이 앉아 있었다. 모처럼만의 휴식인 듯 얼굴이 편안해 보였다. 안면을 튼지 15년을 넘어서지만 늘 무덤덤한 표정이어서 좀체 웃는 낯빛을 대할 수 없었던 그의 얼굴에 살짝 웃음이 비쳤다. 손을 들며 일어서는 그에게 사진을 위해 그대로 앉아 있어달라고 부탁했다.

 

어색할법했지만 망설임 없는 그에게 장소를 바꾸어 다시 포즈를 부탁하기 여러번. 번거로운 과정을 미안해하자 그가 말했다. "삶 그 자체가 반복인 걸요.”

 

최근 '낙동강역사문화탐사'(생각의 나무)를 펴낸 신정일씨(49). 빛깔나는 디자인에 두툼한 장정을 한 그의 책에는 '사라진 강길을 따라 홀로 떠난 낙동강 천 삼백리 역사찾기의 도정'이란 부제가 붙어있다. 한국의 10대 강을 발로 걷겠다는 계획을 세운지 3년. 지난 2000년부터 시작된 그의 강길 따라 걷기의 결실은 이미 '금강' '섬진강' '한강'으로 이어지면서 강의 역사와 인문지리를 아우르는 문화사로 켜켜이 쌓아지고 있는 터였다.

 

낙동강의 발원지인 태백산 황지부터 강이 끝나는 을숙도까지 천 삼백리길. 2001년 9월 14일에 출발한 낙동감 탐사는 10월초에 끝났다. 걸은 시간만 열나흘. 그 혼자였다. 

 

"금강은 열나흘, 섬진강 아흐레, 한강은 열엿새 지금 생각하면 꿈만 같아요. 그래도 그때는 동료들과 함께 했으니 외롭지는 않았어요.”

 

아무리 탐사라해도 빠르고 편하게 강길을 답사하는 방법은 얼마나 많은가. 그럼에도 굳이 '걷는 미련스러움'(?)을 택했으니 그로부터 비롯되는 모든 고통과 어려움은 기꺼이 감내할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낙동강 탐사는 홀홀 단신의 길. 그가 겪었을 악전고투는 짐작코도 남음이 있다.

 

"홀로 걷는다는 것은 처절한 고독과 외로움과의 싸움이예요. 혼자라는 사실이 가져다주는 외로움과 막막함이란 말로 표현하기 어렵지요.”

 

그럴때마다 '왜 이렇게 무모했는가'를 자책하면서 자신의 선택을 후회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체험들이 오히려 다시 강길을 따라 나서게 하는 힘이 됐다고 했다.

 

매주 목요일에 전주를 떠나 일요일까지 사흘동안 걷는 생활은 그의 일상사가 된지 오래다. 지도위에서 이미 없어진 길, 지도 위에는 있으나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진 길은 그에게 고통과 슬픔, 기쁨이나 즐거움 그 모든 것들이 혼자서 겪는다면 모두 '배'가 된다는 것을 일깨워주었다. 그리하여 매주 시작되는 강길은 그에게는 현실속에 부딛치는 막막한 고통이면서 그것은 언제나 또한 새로운 희망이고 의지의 확인이었다.

 

천삼백리 낙동강 답사에서 그가 주목한 것은 우리 역사 찾기와 우리 물살리기다.

 

"역사유적을 위주로 답사하다보니 강이 보이지 않았어요. 우리 삶과 문화를 있게 하는 근원으로서의 강을 읽고 싶었지요. 걸으면서 동시에 생각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소중한 체험이예요. 강을 따라 걸으면서 만나는 자연과 사람. 저에게는 모두 스승이었어요. 비로소 강을 제대로 볼 수 있었지요."

 

그가 써낸 대부분의 글은 그가 걸으면서 체험하고 생각한 것, 꼭 그만큼이다. 1백30여컷 사진도 그가 직접 찍었다. 그런데도 그의 글에는 강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의 애잔한 삶의 애환이 있는가하면 온갖 문학작품과 고담준론이 숨쉬고, 현실을 바로보게 하는 역사가 살아난다.

 

강을 따라 걷기전 답사했던 산행기 '동학의 산, 그 산들을 가다'나 '모악산' '나를 찾아간 하루 산행'이 그렇고, '지워진 이름 정여립'이나 '한국사, 그 변혁을 꿈꾼 사람들'과 같은 역사바로 찾기 운동에 열중했던 시절을 거쳐 펴낸 인물사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문화와 역사운동에 이어 이제는 산과 강을 찾아 다니는 환경운동까지 미치는 그의 열정의 근원이 궁금했다.

 

"모두가 사람 사는 일과 무관하지 않으니까요.”

 

또다시 출판사의 의뢰를 받아 2부로 구성된 '택리지' 발간 준비작업으로 마음이 바쁘다는 그가 만나고자 하는 궁극적인 지점은 어디쯤일까.

 

"앞으로 해야할 일을 미리 결정하지 않아요. 어느날 우연히 선택된 일들에 몰두할 뿐이죠. 문화도 역사도 산도 강도 모두 그렇게 우연한 선택으로 왔습니다. 그래야만 앞뒤 재지 않고 나설 수 있어요.”

 

지칠법도 한 그의 문화운동의 생명력을 이제야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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