富貴而勞悴는 不若安閒之貧賤이라
부귀이로췌 불약안한지빈천
부귀(富貴)를 누리지만(而) 수고롭고(勞) 초췌(悴)하다면 그것은 편안(安)하고 한가한(閒) 빈천(貧賤)함만 같지(若) 못하다(不)
청나라 사람 장조(張潮)가 쓴《유몽영(幽夢影)》이라는 책에 나오는 말이다. 돈도 많고 지위도 높지만 늘 수고롭고 불안하여 초췌한 사람이 있다. 반면에 가난하고 지위도 없지만 늘 얼굴이 환하게 피어 하고 편안한 사람이 있다. 과연 누가 더 행복한 사람일까?
당연히 후자가 더 행복한 사람이다. 천 만금을 쌓아두고서도 병마에 시달린다거나, 지은 죄가 있어서 숨어살며 늘 불안에 떨고 있다면 그게 어디 행복한 삶이겠는가? 이솝우화에도 있다. 시골 쥐와 서울 쥐의 이야기가 바로 그런 이야기이다. 맛있는 음식을 훔쳐먹고 살지만 늘 불안 속에서 사는 서울 쥐를 보고서 시골 쥐는 "그렇게 사는 것도 사는 거냐"며 당장 시골로 내려가 버린다. 문제는 사람이다. 쥐는 그렇게 시골로 내려가 버렸는데 사람은 이론적으로는 시골 쥐가 행복하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시골 쥐처럼 단호하게 시골로 내려가지 못하고 여전히 잡히지 않는 그 무엇인가를 기대하며 서울 쥐의 삶을 지향하고 있다.
아니, 서울 쥐가 되지 못하여 안달을 하고 있다는 표현이 보다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진짜를 버리고 가짜의 황홀한 포장을 쫓아가는 게 오늘날 우리네 삶이 아닐까? 심지어 어떤 사람은 V.I.P 증후군이라는 병 아닌 병을 앓고 있다고 한다.
짧은 인생, 허세에 낭비할 시간이 어디에 있겠는가? 진정한 행복이 어디에 있는지를 빨리 깨달아야할 것이다.
富:부자 부 貴:귀할 귀 悴:파리할 췌 若:같을 약 閒:한가할 한 貧:가난할 빈 賤:천할 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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