江上被花惱不徹이나 無處告訴只顚狂이라.
강상피화뇌불철 무처고소지전광
강둑이 온통 꽃으로 덮여 어찌할 바를 모르겠구나. 이 좋은 풍경을 알릴 곳도 없으니 단지 홀로 미쳐 날뛸 수밖에.
두보의 《강반독보심화(江畔獨步尋花:강가를 홀로 거닐며 꽃을 찾다)》7절구(絶句) 시 중 제1수의 처음 두 구절이다. 꽃이 흐드러지게 핀 모습을 이보다 더 실감나게 표현한 시가 있을까? 첫 번째 구절의 '뇌불철(惱不徹)'이라는 표현이 참으로 묘하다. '惱'는 '괴로워한다'는 뜻이다. '不徹'은 '통하지 못하다, 벗어내지 못하다'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惱不徹'을 직역하자면 '번뇌를 벗어낼 수가 없구나'라고 할 수 있다. 번뇌를 벗어낼 수가 없다니 이게 무슨 뜻인가? 이것은 곧 '어찌 해야 할 지를 모르겠다'는 뜻이다. 시인 두보는 온 강둑을 뒤덮고 있는 꽃을 보고서 그 아름다움에, 그 풍성함에, 그 장관에 어찌 할 바를 모르고 있는 것이다. 이 벅찬 감격을 혼자 누리기에는 너무 아까워서 누구에게라도 빨리 알리고, 그 사람의 손을 끌고 나와서 함께 보았으면 좋겠는데 그럴 만한 사람이 없다. 그러니 어찌하랴! 혼자 미쳐 날뛸 수밖에.
시어가 나무 생동적이어서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꽃이 한창이다. 언덕배기에 흐드러지게 핀 철쭉이 너무 아름답다. 그 꽃을 보며 사람들만 미치는 게 아니라, 그렇게 핀 꽃 자신도 이미 미쳐버린 것 같다. 정말 미친 듯이 피었다. 아름다운 계절, 이 꽃들의 넘쳐나는 웃음과 행복이 우리의 가슴 안으로 그대로 옮겨왔으면 좋겠다. 우리 자신이 꽃이 되는 날, 그런 웃음, 그런 행복이 가슴에 가득하게 될 것이다.
被:덮을 피 惱:괴로울 뇌 徹:통할 철 告:알릴 고 訴:하소연 할 소 顚:미칠 전 狂:미칠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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