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만의 특별함이 있다.
숨은 그림 찾기 같지만 어느 영화제에서도 볼 수 없고, 느낄 수 없는 프로그램을 찾는다면. 디지털 삼인삼색? 오마주? 디지털 필름 워크숍? 물론 맞는 답이긴 하지만 올해 영화제 프로그램을 조목 조목 살피다 보면 눈에 확 띄는 것이 있다.
영화와 음악의 만남을 시도하는 '소니마주'와 영화가 관객과 만나는 지점을 스크린이 아닌 다른 매체에서 찾는 실험성을 담보한 '지프 마인드 2003'.
소니마주
전주국제영화제가 지난해까지 열어온 소니마주는 음악을 표현한 영화를 되짚는 자리였다면, 올해는 그 형식이 180도 바뀐 것이 특징이다. 음악과 관계된 영화를 상영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와 음악과의 어우러짐'을 시도한다.
프리뮤직과 무성영화의 만남. '소리 이미지'의 항해에 나서는 돛배는 무성영화인 칼 테오도르 드레이어 감독의 '잔 다르크의 수난'과 '뱀파이어'. 여기에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음악)을 불어넣어 이제까지 가보지 못한 신천지를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들려준다.
예측 불가능한 프리뮤직이 스크린에 맞부딪치는 순간, 영화의 음악성에 반사된 음악의 감흥을 느껴보는 즐거움을 만끽하게 된다.
소리가 배제된 것이 아니라 소리가 이미지 속에 담겨 있는 무성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영화에 내재한 음악성을 온전히 맛볼 필요가 있기 때문
김은희 프로그래머는 "소니마주라는 이름에 걸맞게 음악과 영화의 만남을 시도한 만큼 들리지 않는 음악과 들리는 음악이 부딪칠 때의 경험은 전주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함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칼 테오도르 드레이어는 20세기 최고의 영화작가. 그는 '잔다르크의 수난'(1928)에서 영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아이콘으로 추앙되는 '클로즈업의 미학'을 창조했다. 순교자 잔다르크의 고통을 정지된 카메라의 클로즈업으로 표현, 신을 향한 인간의 신념을 극적으로 드러냈다. 이처럼 강박적이면서 지속적인 공간미는 '드레이어적 공간'으로도 불리우고 있다.
'뱀파이어'는 셰리단 르 파누의 소설 '인 어 글래스 다클리(In a Glass Darkly)'를 바탕으로 한 영화. 뱀파이어에 관한 미신과 악령 숭배에 관한 연구에 몰두하는 젊은이, 알랭 그레이의 몽환적인 모험을 그렸다. 뱀파이어는 1932년 5월 6일 독일, 베를린에서 처음으로 상영 되었지만 원본 네가티브 필름과 완성 편집본인 독일 버전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이번에 상영되는 영화는 1998년 독일과 이탈리아의 필름 복원 프로젝트로 프랑스의 ARTE에 의해 복원된 필름이다.
지프 마인드 2003
특별 프로그램 '지프 마인드 2003'은 전주국제영화제의 정체성 가운데 하나로 꼽을 수 있는 '실험성'을 100% 충족하는 자리다.
정수완 프로그래머는 "지프마인드는 영화가 스크린이 아닌 다른 매체를 통해 관객과 만날 수 있는 지점을 모색하고, 매체 자체가 지닌 다양성을 실험하는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영화를 만나는 방법이 달라지는 것을 주지시키는 지프마인드는 라이브 액션(실사)과 애니메이션, 인터렉티브 프로젝트, 뮤직비디오 등 4개 부문에 걸쳐 마련된다. 또 단순히 '脫스크린'뿐 아니라 개인의 퍼스날러티를 표출하는 공간이 된다. 올해의 표출 방식은 '비디오 아트'. 초대전과 함께 일반인을 대상으로 펼친 공모작이 함께 상영된다.
국내외에서 그 독특함과 예술성을 동시에 인정 받은 작가들을 초대하는 '초대전'은 사람들과 세상, 그리고 그 안에 존재하는 디지털 미디어에 대한 작가들의 살아있는 시각과 목소리를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특별전이다.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고 있는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미학은 단순히 매체 환경의 확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과도하게 집중된 거대 메이저 제작·배급사의 획일화된 주류 시각에서 벗어나 사회의 다양한 퍼스날러티를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영상 문화에 가져온 변화는 영상문화의 향유가 수동적 자세에서 능동적 참여문화로 바꾸어 놓았다는 점. 동영상 공모전을 통한 '일반 참여전'은 이같은 경향을 반영한 프로그램이다. 100편이 넘는 응모작 중 참신함과 실험성, 메시지의 명확성, 흥미로움 등을 평가해 선정된 작품 27편을 상영한다.
- 위 글은 전북일보에서 제작한 '2003전주국제영화제 가이드'에 수록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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