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땅에서 자신들의 문화와 정서를 간직한 채 자녀들을 교육시키고, 또 언젠가 통일된 조국에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믿었던 재일 한국인들의 치열한 삶을 그렸습니다”
재일작가 양석일씨의 동명소설을 스크린에 옮긴 '밤을 걸고'의 김수진 감독(金守珍·49)이 영화에 출연한 신상우씨(申相祐·66)와 함께 전주를 찾았다.
한·일합작으로 제작된 이 영화는 당초 지난해 월드컵대회에 맞춰 양국에서 동시 개봉할 예정이었으나 미뤄져 올 전주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였다.
이 영화는 1950년대, 일본 오사카 병기공장을 무대로 재일 한국인들의 치열한 삶을 그린 작품. 특히 지난 2001년 8월부터 4개월동안 군산에서 촬영돼 관심을 모았다. 전후 오사카를 재현하는 대규모 오픈세트가 군산에 세워진 것.
"일본에서 촬영하는 게 훨씬 쉬웠지만, 귀향의 꿈을 버리지 않았던 교포들의 내면을 반영하기 위해 촬영지를 한국으로 정했다”는 김감독은 "전국을 샅샅이 돌아다니던중 군산에서 1950년대 일본의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재일교포 2세인 김감독은 도쿄에서 활동하는 재일한국인 극단 '신쥬쿠 양산박'의 대표로 이미 그 연출력을 인정받아 왔지만 영화는 이 작품이 데뷔작이다.
지난해 11월말 일본에서 개봉, 현재도 상영중인 이 영화는 김감독에게 일본영화감독협회 신인감독상등 2개의 상을 안겼다.
재일 한국인 촌락의 촌장역을 해낸 신씨는 "영화를 다섯번 보았는데 볼 때마다 느낌이 달랐다”며 "처음에는 싸움하고 술마시는 장면이 전부였으나 다음에는 줄거리가 보이고 또 감독이 하고싶은 말도 들렸다”고 영화를 평했다.
신씨는 이 영화를 통해 데뷔한 60대 늦깎이 신인 배우. 단역이라도 좋으니 출연만 시켜 달라는 부탁을 김감독이 기꺼이 수락했다.
"연기를 아무리 잘해도 일본인은 할 수 없는 역할이었습니다”. 김감독은 신씨가 맡은 역이 바로 자신의 가족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희망없는 삶 대신 북한으로의 길을 택하겠다는 영화속 아들이 김감독이고 이를 극구 말리는 촌장이 바로 그의 아버지인 셈이다.
한·일 문화교류의 물꼬가 트이면서 양국 합작영화와 드라마·음반등이 속속 나왔지만 작품성과 흥행에서 참패를 면하지 못한데 대해 김감독은 할말이 많다.
"양국의 문화적 격차와 갈등이 개인들간에 제대로 소통되지 않고 있다”고 밝힌 그는 "재일교포들을 통해서 일본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고 또 일본인들도 한국인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사회에서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고 있는 재일 한국인들이 한·일교류의 중심에 설때 실질적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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