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영화제에는 유난히 중량감 있는 게스트들이 많다. 특히 영화제에서는 해외 영화인들이 관심의 대상. 국제영화제가 아니고서는 좀처럼 만나기 힘든 세계적 거장에게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전주국제영화제라는 거대한 바퀴를 돌리면서 수많은 스탭들이 제 위치에서 역할을 해내고 있지만 통역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다. 게다가 통역은 업무 특성상 제대로 해내지 못했을 경우 당장 눈에 띄게 마련이어서 부담도 만만치 않다.
올해도 통역의 활약상이 두드러졌다. 일본 츠치모토 노리아키 감독과 같은 거장들에게는 전문 통역이 배치됐고 단 몇시간 동안의 활동을 위해 전주를 찾은 전문가도 있다.
"한번도 듣지 못한 감독이름이나 영화제목이 불쑥 불쑥 튀어나오는 경우 신경이 많이 쓰입니다”.
영화제 개막식에서 영어 통역을 맡아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김치완씨(26).
제작년 부천영화제에 이어 지난해와 올해 전주영화제까지 국제영화제만 세번째이고 영화에 대한 식견도 절대 부족하지 않지만 전문가인 심사위원들의 통역을 맡을 때면 아무래도 조금은 부담이 된다.
어려운 점은 또 있다. 통역이 들어갈 수 있도록 호흡을 적당히 끊어달라고 사전에 부탁하지만 열정적인 몇몇 감독은 자신의 감정에 지나치게 몰입하는 경우가 있다.
쉬지 않고 줄줄 쏟아내는 말들을 수첩에 모두 적어낼 수도 없는 일이어서 처음에는 속으로 땀꽤나 흘려야 했지만 이제 노하우가 생겨 당황하는 일은 없다.
"이야기의 맥락을 잡아서 포인트만 적어놓으면 아무리 길어도 살이 저절로 입혀집니다. 들었던 말들도 속속 떠오르고요”. 그가 귀띔해 준 노하우다.
개막 후 첫 주말을 막 보낸 지난달 28일. 김씨의 공식 일정은 오전 9시부터 시작됐다.
호텔 커피숍, 심사위원들과 집행위원장·프로그래머등 영화제 주축들이 모인 자리에서 1시간 30분 가량 중대한 의사교환을 도왔다.
이어 약간의 여유를 갖고 오후 4시, 대만에서 찾아온 '타이페이 인터내셔날 필름 페스티벌'관계자들과 정수완 프로그래머와의 인터뷰 자리에 동석했다. 그리고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호텔로 달려왔다. 중국 앤드류 청 감독과의 인터뷰를 요청한 기자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다시 1시간 동안 양국 언어를 번갈아 구사한 후 저녁식사를 마친후 8시께 전북대 건지아트홀에 도착했다. 영화 '웰컴 투 데스티네이션 상하이'를 관람한 후 곧바로 앤드류 청 감독과 관객들과의 대화를 성사시켜야했기 때문이다.
매체통역과 관객과의 대화를 주로 담당하고 있는 그는 올해의 경우 예년보다 영어권 감독이 적어 그나마 여유가 있는 편이라고 했다. 지난해에는 관객들의 반응에 고무된 감독이 즉석에서 스탭들에게 예정에도 없는 관객과의 대화를 요청, 숙소로 향하던 중 연락을 받고 달려가기도 했다.
"영화제가 좀 조용하다고 생각했었는데 관객과의 대화에 참여하면서 열기를 직접 확인했다”는 그는 지난해 여름 서강대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친형인 치관씨(29)도 2회 행사때 통역을 맡아 전주영화제와는 인연이 특별하다.
유창한 영어실력은 관광공사에 근무한 아버지를 따라 미국 생활을 오래한 덕이다. 유치원때부터 중학교 과정까지 캘리포니아와 일리노이주등 미국에서 보낸 기간만 6년이다.
외국어 실력도 실력이지만 영화에 대한 관심이 그를 영화도시에 있게 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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