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로랑스 페레이라 바르보사(Laurence Ferreira Barbosa·45)와 중국의 닝잉(Ning Ying·44). 상업적인 성공과 무관하게 독창적인 영화세계를 구축해온 세계적인 여성 감독들이다. 극영화이면서도 '기승전결'이 뚜렷한 극적 요소보다는 일상의 흐름을 따라가는 다큐멘터리적 요소를 강하게 담아낸 이들의 작품은 영화의 새로운 세계에 다가서게 한다.
전주국제영화제가 이들 여성감독을 주목했다. 올해 새롭게 마련한 '필름메이커스 포럼(Filmmakers Forum)'.
전성권 프로그램 코디네이터(35)는 이들을 "올해 영화제의 주요 섹션인 다큐멘터리 비엔날레 작품들과 비교할 수 있는 극영화 감독들”로 소개하면서 "다큐멘터리적 요소를 극영화에 결합시킨 이들의 작업과 그 속에 담긴 메시지를 탐구하는 일은 영화와 만나는 새로운 감동과 재미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두 감독은 다큐 성향이 짙다는 점이나 현대인의 욕망과 삶을 이야기할 때 나타날 수 있는 지루함을 유머와 아이러니로 반전시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물론 그 표현세계는 달라서 닝잉이 베이징이라는 도시공간에 흩어져 있는 세대별 인물들이 풍경의 일부가 돼버린 '풍경화'를 추구한다면, 바르보사는 몇 명의 인물들이 뒤섞여 관계의 드라마를 암시하는 '인물화'를 그려낸다. 이들 감독들의 세계를 만나는 일은 지프가 주는 또하나 선물이다.
◇… 로랑스 페레이라 바르보사
로랑스 페레이라 바르보사는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데 충실한 프랑스 영화의 전통 속에서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는 감독으로 평가 받는다. 현대인의 삶을 탐색, 평범한 사람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광기와 이상한 집착의 양태를 자연스럽게 묘사하는 그는 다소 머리가 아플 주제를 아이러니한 코미디 형식으로 풀어내는 경쾌함이 특징이다.
'광기와 몰락, 열정과 무관심, 회복의 순환'을 반복하는 현대인의 내면을 표현해온 그의 영화는 모두 3편. '보통사람들에겐 예외가 없다'(1992)와 '지긋지긋한 사랑'(1996), 그리고 '모던 라이프'(1999).
'모던 라이프'는 바르보사 영화의 변화를 암시하는 작품. 이전 영화가 심리적 불안과 공포의 발작적인 형태를 건강한 로맨틱 코미디의 형식으로 풀어냈다면 '모던 라이프'는 인간 욕망의 형태를 제한하고 조정하는 사회·정치적 구조를 이야기한다.
1일 오후 씨네시티코리아 1관에서 영화가 끝난 후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에서 그는 지향해온 작품세계만큼이나 진지하게 답했다. "평범한 사람들이 겪는 애환이나 작은 비극이 별개의 것이 아니라 사회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 그는 아내와 딸이 떠나버린 중년 실업자 자크와 남편으로부터 벗어나고픈 클레르, 종교적 상상 속으로 스스로를 고립화하는 마그리트 등 영화 속 주인공들은 사회와 맞서 싸우고 희망을 찾아나서는 '우리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 중국 닝잉 감독
전주국제영화제가 지난해에도 '희망의 철로'라는 다큐멘터리 작품을 통해 소개했던 중국의 여성 감독 닝잉. 베이징 출신인 그녀의 영화속에는 전통도시에서 현대도시로 변해가는 북경의 변화무쌍한 모습이 있다.
올 전주에 소개되는 그녀의 '베이징 3부작'은 1992년작인 '즐거움을 위하여'로 시작하여 '민경고사'(1995년), '아이 러브 베이징'(2000)으로 완성된다. 근대화 과정에 들어선 이후 중국 사회를 살아가는 베이징 3대의 삶을 차례로 담아냈다.
전통사회에 대한 향수나 근대도시의 모순에 대한 일방적 비판에 머물지 않고 변화를 인식하면서 미래의 북경사회를 사랑하는 방법까지 탐색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이다. 1990년대 이후 중국 사회의 변화가 빚어낸 새로운 사회적 주체성에 주목하고 있는 것.
1일 영화 '아이 러브 베이징'상영무대에서 관객과 만난 그녀는 "사람들이 느끼는 도시의 복잡하고 다양한 모습을 표현하려 했다”며 "스크린속 북경의 풍경은 있는 그대로 보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 영화 아카데미에서 중국 5세대 감독들인 첸 카이거와 리 샤오홍·장 이모우와 함께 수학한 닝잉은 이들과 같은 시기에 영화작업을 시작했지만 작품세계는 6세대에 가깝다.
중국 여성감독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그녀는 자신의 극영화를 통해 다큐멘터리의 본질적인 진리에 관한 탐구를 계속하고 있다.
/김종표, 임용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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