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사람들에겐 예외가 없다'(로랑스 페레이라 바르보사 감독)
약간 뚱뚱하고, 남자처럼 떡 벌어진 어깨와 걸음걸이를 가진데다가, 얼굴도 썩 미인이라고 할 수 없고, 문 열면 바로 침대가 놓인 단칸방에 살뿐만 아니라, 욕실개조용품을 파는 통신판매회사에 다니는 20대 중반 여성의 삶은 어떠할까?
답은 뻔하다. 한 마디로 '팍팍할' 것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 마르틴느의 삶은 과연 우리가 짐작하는대로 '팍팍'하다.
그녀는 오래 사귀던 남자친구에게서 방금 '차였다'. 별로 놀랄 일도 아닌 것이 남자친구는 더 예쁜 여자를 찾아 마르틴느를 버린 것이다. 우울증에 걸린 그녀는 툭하면 전화로 고객과 싸우고, 상사는 그녀를 못마땅해 한다. 마르틴느는 강변에서 담배를 피우며 소리없이 운다. 그녀는 홧김에 길가 가게의 유리창을 머리로 들이받은 후 정신병원에 임시로 수용된다.
이쯤되면 독자여러분은 시쳇말로 벌써 '짜증'이 나기 시작할 것이다. 내 삶도 팍팍한데 왜 굳이 이런 영화를 봐야 한단 말인가.
그러나 이 영화는 바로 여기서부터 재미있어진다.
정신병원에서 만나는 약간 덜 떨어진 군상들. 우울하고 '성질 더러운' 마르틴느는 밖에서 만나는 '보통사람'들보다 오히려 이들에게 더 관심이 간다. 그녀는 이들에게 자기에게는 없던 것, 가지려고 애썼으나 자꾸만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기만 하던 것, '사랑'을 찾아주기 위해 그야말로 '미친여자'처럼 맹활약을 펼친다.
마르틴느가 돌연 '착한 해결사'가 되어 주위 사람들의 삶의 의미를 찾아주려고 애쓰는 과정이 영화를 자칫 신파멜로물로 변질시킬 위험을 안고 있지만, 이런 아슬아슬함은 감독의 뛰어난 유머감각으로 말미암아 현실감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어낸다. 약간 억지스럽고 약간 과장되어 있긴 하지만, 결국 마르틴느 주위에 모여 있는 사람들은 그녀 자신을 포함해서, 약간씩 정신 이상자들 아닌가.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마르틴느에게 넌더리를 내는 주변의 정신 멀쩡한 사람들이 점차 오히려 정신병자처럼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퇴원한 다음날 아침 마르틴느는 여전히 빈한한 방에서 깨어나지만, 삶은 다시금 아름다운 그 무엇으로 돌아와 있고, 괴팍하고 거칠기만 하던 마르틴느의 얼굴도 그렇게 아름다와 보일 수가 없다.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이 '필름메이커스 포럼'에 초청되어 온다고 한다. 이렇게 따뜻하고 유머에 넘치는 영화를 만든 이가 어떤 얼굴을 가진 여성인지 꼭 한 번 보아야겠다.
/김영혜 (우석대 영화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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