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4-12-01 18:26 (Sun)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전북칼럼
일반기사

[전북칼럼] 全斗煥씨의 오만방자

 얼마전 전두환(全斗煥) 전대통령이 법정에 섰다. 검찰이 신청한 그의 '재산 명시'심리와 관련하여 법원으로부터 재산 목록 제출 출석명령을 받고서였다. 

이양우 변호사와 함께 당당한(?) 모습으로 출두한 전시는 재판부에 재산목록을 제출했다. 한 편의 소극(笑劇)이 연출진 것은 재판부가 이를 검토한 다음의 일이었다. 

판사-예금 채권이 29만원이고 현금은 없다고 돼 있는데 맞나?

전씨-본인의 명의로 된 것은 그것밖에 엇다.

판사-재산이 전혀 없는데 무슨 돈으로 골프치고 외유를 다니는가.

전씨-전직 대통령에게 골프협회에서 그런피를 무료로 해주고 인연있는 사람들이 도와준다.

판사-전적으로 도움에 의지한단 말인가?

전씨-모든 돈을 정치자금으로 썼는데 그걸 인정 안하고 포괄적 뇌물죄를 적용하고 있다. 억울하다. 낼 돈이 없다. 

한 편의 消極 된 법정 

이날 재판을 소극이라고 하는 것은 전씨의 태도가치 코미디 한 편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했기 때문이다. 전씨 말대로 재산이 29만원 뿐이고 주변에서 도와주서 근근히 살아가고 있다니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린가. 일국의 대통령까지 지낸 사람이 이 정도라면 국민들이 너무 홀대한 것 아닌가? 당장 돕기운동이라도 펴야 할 일이 아닌가. 그러지 않아도 젊은 대학생들이 연희동 전씨집 앞에서 깡통을 들고 전씨 돕기 구걸 퍼포먼스를 벌이는 장면이 TV에 비쳤으니 진짜 코미디는 코미디다. 

전씨는 군사반란과 뇌물죄로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이 확정돼 전직 대통령 예우를 받을 자격을 상실한 사람이다. 그러니 일반 장삼이사(張三李四)나 똑같은 신분이다. 일반인들은 벌금 낼 돈이 없으면 벌어서라도, 빌려서라도 낸다. 그래야 감방신세를 면한다. 그런데 그는 자그만치 1천8백90억원이나 되는 추징금을 안내고 버티고 있다. 

그러면서도 전직 대통령에 대한 법원의 추궁이나 사회적 비난을 지나치다고 항변하는 태도다. 착각도 보통 착각이 아니다. 아직도 '본인은 어쩌구...'하면서 목에 잔뜩 힘을 주던 군사독재 시절의 할수에 젖어 있다면 빨리 꿈을 깨야한다.

엊그제 언론보도에 따르면 전시 일가의 재산이 2백40억원에 달한다고한다. 

10대 손자·손녀까지 30억원되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고도 돈이 없어 추징금을 못내겠다고 시치미를 떼고 있으니 철면피라는 말이 따로 없다. 명동의 사채시장에서는 전씨가 무기명채권 등으로 재산을 분산은덕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추적이 어렵게 지능적으로 감춰 왔을터이니 검찰인들 무슨 재주로 이걸 찾아 내나. 

마침 대한변협신문이 검찰에 추상같은 주문을 하고 나섰다. 전두환 전대통령과 친지들의 재산을 압수수색해서라도 끝까지 추징금을 받아내야 한다고 사설에서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후세에 전씨 같은 사람이 다시 나타나 권력을 찬탈하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위둘러 국민을 고생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그래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방자한 행동이 용납된다면 우리나라의 법치주의는 설 땅이 없다는 지적도 백번 옳다. 

양심적인 의무이행이 짐 벗는 길 

전씨에게 '노블레스 에블리지'를 되새기라고 권하고 싶진 않다. 어쩌면 그는 이미 병들고, 상하고, 기능이 고르지 못한 말라드(malade)상태에 이르러 있는지도 모른다. '노블레스 말라드'가 비단 전씨뿐만이 아닌 사회전반에 스며든 보편적 현상이라면 굳이 그에게만 높은 도덕률을 요구할 수도 없다. 그러나 그는 그래도 한나라의 대통령을 지낸 사람이다. 

누항(陋巷)의 포의(布衣)들과는 달라도 한참 달라야 한다는 말이다. 한마디만 덧붙여 두자. 의무의 무거운 짐으로부터 해방되려면 그것을 양심적으로 실행하는 길뿐이다. 괴테가 한말이다. 이 말이 전씨에게는 조금 무겁게 들리지 않을까 싶긴하다.

 

 

/김승일(본사 주필)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