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下聽琴하고 月下聽簫하며 澗邊聽瀑布하고 山中聽梵唄면 覺耳中別有不同이라.
송하청금 월하청소 간변청폭포 산중청범패 각이중별유부동
소나무 아래에서는 가야금 소리를 듣고 달빛 아래에서는 퉁소 소리를 들으며 골짜기에서는 폭포 소리를 듣고 산 속에서는 범패 소리를 들으면 귀로 소리를 깨닫는 가운데 별도의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청나라 사람 장조(張潮)가 쓴《유몽영(幽夢影)》이라는 책에 나오는 말이다. 그 옛날 뒷동산 소나무 그늘에 누워서 듣던 솔바람 소리는 얼마나 마음을 편하게 했던가? 그리고 뒤 안의 대나무 밭에서 들려오던 대 바람 소리는 얼마나 시원했던가?
등산길에 만난 폭포의 물 쏟아지는 소리는 또 얼마나 사람의 마음을 희망과 용기로 용솟음치게 했으며 호젓한 암자에서 들리는 스님의 청아한 독경 소리는 또 얼마나 마음을 평화롭게 했던가? 그리고 달밤에 누군가가 불던 퉁소소리는 얼마나 간장을 녹이려 들었던가?
그런데, 요즈음에는 그런 소리들이 없어졌다. 뒷동산 솔바람 소리와 뒤 안의 대 바람 소리는 새로 난 국도를 따라 질주하는 자동차 소리에 묻혀 버렸고, 폭포 소리는 목청껏 떠들어대는 등산객들의 말소리에 오염 당하였으며, 산사의 독경 소리는 높은 나뭇가지에 걸려있는 스피커에서 나오는 녹음된 독경 소리와 시판되는 '명상의 말씀' 테이프로 대체되었다.
그리고 달밤의 퉁소소리는 노래방 기계의 시끌쩍한 음악에 밀려 자취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안타까운 일이다. 들어야 할 소리를 못 듣고 소음을 들으며 살고있는 우리들의 모습이 왠지 처량하기까지 하다. 소리를 찾도록 하자. 귀에다 앰디의 이어폰을 꽂고서 인공의 소리만 들을 것이 아니라, 이 여름에는 깨끗한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松:소나무 송 聽:들을 청 琴:거문고 금 簫:퉁소 소 澗:골짜기 간 邊:갓 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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