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천에 쉬리가 뛰논다고 해도 아직 '밖의 물'을 마시기는 두려운 세상.
우리 아이들은 여전히 학교에 마실 물을 담아 가고,
운동장 한쪽 수도꼭지에 입을 대고 벌컥벌컥 들이키던 기억은 어른들만의 추억이 되었다.
우리가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물은 '맑은'시대를 흘려보내고 '오염'에 표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99년 문화·예술인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환경단체인 ㈔맑은물사랑실천협의회(수석대표 민병채)의 물 문제 접근방식은 남다르다.
고발이나 감시·시위와 같은 활동이 아니라, 숲 음악회·시 낭송회·세미나·강연회 등 문화예술을 매개로 '모든 강에 맑은 물이 넘쳐흐르는' 희망을 전파하는 것. 다음달 6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예술총감독 이인권) 초대전으로 열리고 있는 환경미술 '물(水)전'도 그 일환이다.
'부모 잃고는 살아도 물 잃으면 못 산다면서/우물물 못물 도랑물 냇물조차도/물을 섬기며 물보다 낮추어 살으신 어머니//어머니와 어머니 세대의 그 물도/이젠 다만 H2O가 되었다'(유안진 시인의 시 '어머니의 눈물'부분)
㈔맑은물사랑실천협의회가 전북일보와 함께 '맑은 물 사랑 시 낭송회 및 작은 음악회'를 마련했다. 6월 2일 저녁 7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1층, 환경미술 '물전'이 열리고 있는 전시실에서 열리는 이 행사는 문인들과 독자들이 만나는 자리.
이미 49명의 작가들이 회화·조각·설치미술·영상·사진 등 현대미술의 독창적인 조형언어로 담아낸 '물'과 '환경'이 감싸안은 무대와 객석은 독특한 분위기로 관객들을 맞는다.
시인 유안진·김년균·신달자·신세훈·안영희씨와 수필가 구자명·주연아씨 등이 물을 테마로 물을 닮고자 하는 마음과 물에 대한 근원적인 성찰을 시와 수필로 낭송하고, 초대가수 이동원씨는 '실개천이 휘돌아나가는' 차마 꿈에도 잊지 못할 아름다운 산천을 노래한다.
허소라·김용택·이운룡·이동희·최영 시인과 수필가 공숙자씨 등 이 지역 작가들도 낭송회에 힘을 보탠다.
'스산히 바람부는 세상/오늘도 강물은 우리 모두의 이름을/가나다 순으로 업은 채 말없이 흐른다/절룩이며 흐른다'(허소라 시인의 시 '강물을 보며'부분)
'인자는 강가에 가지 않아도/산은 내 머리맡에 와 앉아 쉬었다가 저 혼자 가고/강물도 저 혼자 돌아간다'(김용택 시인의 시 '그 강에 가고 싶다'부분)
이번 음악회를 기획한 소설가 백시종씨(59)는 "생명과 순수의 근원을 소중히 여겨야 하는 문화예술인들이라면 맑은 물을 되살리려는 노력은 당연한 것”이라며 "특히 이번 행사는 예술인들이 자신의 작품을 통해 자신의 의지를 드러내는 것에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계간종합문예지 '문학나무' 여름호에는 이 행사에서 낭송될 시와 수필 외에도 물을 주제로 한 강민·황명걸·문효치 시인들의 시가 실려 있다.
한편 소리전당에서는'물(水)전'의 관람객을 위해 도슨트(미술전문봉사자)제도를 운영하는 것을 비롯해 직장인과 가족 단위 관람객을 위해 매주 금요일 전시시간을 오후 9시까지 연장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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