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중 키스장면이 처음 등장한 작품은? 이향·윤인자 주연의 '운명의 손'(감독 한형모·1954)이다. 방첩대 장교가 비밀 작전 끝에 간첩단을 잡는다는 액션영화.
당시 외국영화에는 키스 장면이 등장했지만 한국영화에서는 키스 장면을 넣은 영화는 없었던 상태. 영화지만 남녀가 실제 키스를 한다는 것은 너무 난잡하고 부끄러운 일이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는 놀라움과 호기심을 동시에 불러 일으켰고 키스장면이 있다는 사실로 신문·잡지 등에서 주요 뉴스로 다루기도 했다. 당연히(?) 흥행에도 성공했다.
신성일·박수정 주연의 '춘몽'(감독 유현목·1965)은 한국영화 최초의 본격 성인영화다. 치과에서 이 치료를 받다가 알게된 젊은 남녀가 마취 주사를 맞고 무의식 상태에서 뜨거운 정사를 나누다가 깨어난다는 내용의 이 영화는 당시로서 파격적인 소재와 묘사가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다.
연출자는 외설죄로 기소되는 파란을 겪었고 결국 벌금형을 받았다. 한국영화 중 외설죄로 기소된 영화는 이 작품이 처음이었고 감독이 처벌받은 것도 처음이었다.
'7인의 여포로'(감독 이만희·1965)는 반공법 제4조 제1항 위반혐의로 감독이 구속된 영화다. 스토리라인은 국군간호장교들을 호송하던 북한군 장교가 이들을 겁탈하려는 중공군에 맞서 싸우다가 결국 남한에 귀순한다는 반공.
그러나 북한군 장교의 복장이 너무 근사하고 인품이 훌륭하게 묘사되었다는 이유와 특히 탈출하던 국군 포로들이 북한군을 향해 경례하는 장면이 문제가 되었다. 이는 북한을 찬양하는 행위이며 동시에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행위가 되기 때문에 반공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당시 한국영화인협회에서 구명운동을 편 결과 집행유예 선고를 받고 석방되었지만 영화는 여러 곳을 삭제하거나 새로 촬영하는 등 보완작업을 거쳐 '돌아온 여군'이란 제목으로 바꿔 상영하게 되었다.
국내에서 처음 저작권 시비가 붙은 것은 1925년, '심청전' 제작때문이었다. 당시 영화제작에 참여하고 있던 '백남프로덕션'과 '단성사 촬영부'가 동시에 고대 소설로 유명한 이 작품을 서로 제작하겠다고 나서면서 경쟁이 붙었다.
원작에 대한 영화판권을 법률적으로 관리한 사례가 없었던 데다 작자가 명확하지 않은 고대 소설을 각색한 경우여서 조선총독부에서도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고민을 거듭했다.
결국 조선총독부는 단성사 촬영부에 영화제작 허가 대신 각본의 출판허가를 내주는 것으로 일단락 했고 영화제작 문제는 법률적으로 시비를 가리지 못한 채 두 영화사간의 협의와 조정으로 '백남프로덕션'에서 제작하기로 결정을 보았다. 백남프로덕션은 이경손 감독을 앞세워 '심청전'을 제작했고 이 영화는 1925년 3월 28일 조선극장에서 개봉됐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